방역당국이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 조건을 발표한다. 실내 마스크 의무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 확진자를 비롯해 독감 환자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중증 환자는 500명을 넘은 지 오래다. 반면에 고위험군을 비롯한 예방접종률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방역당국이 표적검역국에 중국을 추가하는 등 외부 위협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상 방역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사망자 증가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다시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논의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긴장감이 먼저 해이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미 사람들은 새해 설을 전후해 마스크를 벗을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의 '새해 선물' 같은 안이한 발언이 여기에 한몫했다. 마스크 해제는 외부 위협이 감소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 누군가가 혜택 또는 선물로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뒤늦게 '해제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정부의 세심하지 못함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실내 마스크 의무를 풀더라도 여러 단계를 거쳐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시민들은 '우리는 과연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난달 독일 방문을 했을 때 일이다. 당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이미 실외는 물론 실내 마스크 의무가 대부분 해제된 상태였다.
우리와 다른 점은 시민들의 생각이 '자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와도 독일의 여론은 국가가 강제하는 방역보다 자율적으로 팬데믹을 견디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우리나라와 문화·사회적 배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위중증과 사망자가 늘어 가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국가 책임이란 유럽보다 무거우면 무거웠지 절대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섣부른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추진이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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