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방학 시작과 함께 매번 작성하던 동그란 생활계획표를 기억하는가.
방학 기간 내 나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줄을 그어 가며 시간표를 짜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매년 비슷비슷하지만 하루를 계획하고 나의 시간을 설계한다는 것이 사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건 단순히 계획을 짜는 것을 넘어 자신의 현재 상태와 상황을 올바르게 인지하는 '메타인지'로 하루에 해야 할 일에 대한 올바른 전략을 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감하며 새로운 해를 위한 계획표를 준비하는 지금 더 나은 새해를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이뤄 내기 위해 창의적 문제 해결 방식 가운데 하나인 디자인 싱킹의 관점에서 메타인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함께 살펴보자.
디자인 싱킹은 일반적으로 인간중심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으로, 문제의 대상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디자인 싱킹이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논할 때 학자들은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에서의 '공감'을 많이 꼽는다.
일반적으로 공감이란 '타인 관점에서 세상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능력'으로, 단순히 인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활동을 뜻한다. 따라서 공감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몰입을 통해 인지적·정서적·행동적 반응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다차원적 과정을 포함한다.
최근 스티븐 M 플레밍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과 뇌과학을 연계한 융합 연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메타인지는 결정적으로 의사결정에 따른 우리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는 또 타인도 자신과 동일한 마음이 있음을 알게 해 주는 공감과 연계된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연구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의 뇌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설계됐으며, 따라서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통해 다른 사람을 공감하는 능력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메타인지는 공감 능력으로 이어지며, 다른 동물이나 현재의 인공지능(AI)이 가지고 있지 않은 궁극적인 인간의 특성이자 힘이라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기원전 600년 전부터 수천 년 동안 '자기 이해'라는 영역으로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니체 등 주로 여러 철학자 및 종교를 통해 다루어졌다. 특히 심리학에서는 자기 인식을 메타인지라고 표현하는 한편 이를 갖춘 사람은 일반적으로 열정, 포부, 적합한 환경, 행동 양식, 영향력 등 7가지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조직 심리학자이자 미국의 '선구적 사상가 100인' 가운데 1인으로 선정된 타샤 유리크 역시 자신의 책 '자기 통찰, 어떻게 원하는 내가 될 것인가'를 통해 “자기 인식은 자신을 명확하게 보는 능력이자 예술, 정신 수양 등 고등한 인간의 표현 형식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 인식이 21세기가 요구하는 '메타지능'이고 오늘날 성공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한 자질인 공감 능력, 영향력, 설득력, 협동심 등은 모두 이러한 메타인지에서 나온다고 했다.
우리의 세상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답은 내일은 좀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내일이 되어도, 똑같이 내일은 더 나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우리의 마음가짐이자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전략이 아닐까.
코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한 해를 위해 오늘은 메타인지를 발휘해서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자. 나아가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해답도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