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풍력발전 보급이 2년 연속으로 100㎿에 못 미칠 전망이다.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등 제도 정비가 지체되면서 보급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15㎿ 이상 풍력터빈 개발 사업은 국내 유력 사업자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과거 삼성중공업 등이 풍력터빈 개발에서 철수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풍력발전 보급은 2년 연속 100㎿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산업협회는 올해 풍력발전 종합준공이 74.8㎿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63.6㎿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100㎿를 밑돌았다. 풍력발전 보급이 2년 연속 100㎿를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상업운전 개시일을 보급 기준으로 삼는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기준 올해 풍력발전이 94.8㎿ 보급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업운전 개시일 기준 보급실적(잠정 66.6㎿)보다는 보급 용량이 확대됐지만 현 상태로는 2년 연속 100㎿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올해 풍력 보급실적을 160.2㎿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풍력발전 국내 풍력발전 보급 시장은 2년 연속 정체기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대형 해상풍력 발전단지들이 개발되지 못하면서 풍력 보급으로 인한 산업 파급효과도 적다. 정부는 태양광과 함께 해상풍력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5월 발의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지속 계류되면서 보급 여건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풍력발전 핵심 부품인 초대형 풍력터빈의 기술개발도 지체될 조짐이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15㎿ 이상 풍력터빈 기술개발 사업에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모두 참여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는 당초 지난달 발표한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에서 국내 풍력산업 밸류체인 고도화를 위해 15㎿ 이상 풍력터빈 개발을 내년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과제를 진행해야 할 국내 유력 사업자들은 아직 초대형 풍력 터빈 개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해상풍력에 쓰일 대형 터빈을 1~2년 내에 모두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풍력 터빈을 개발하더라도 수익을 가져다줄 대규모 수요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8㎿급 대용량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국제인증을 취득했다. 유니슨은 10㎿ 터빈을 개발하고, 2024년 5월께 국제인증까지 취득할 전망이다. 국내 풍력시장 상황에 따라 이후 기술개발을 타진할 수 있다.
풍력업계는 국내 보급이 정체되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풍력사업에서 철수한 것처럼 국내 유력사업자가 추가로 철수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15㎿ 이상 터빈 개발 사업은) 사업자가 참여를 포기해 제안요청서(RFP)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면서 “국산 기자재보다는 부품 공급망이나 엔지니어링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국산 개발보다) 외국 회사와 협업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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