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IBK기업은행장 선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기업은행 노조에 이어 금융노조까지 나서 낙하산 최고경영자(CEO)와 관치금융을 반대하고 나섰다. 기업은행장 제청권이 있는 금융위는 관료 출신을 밀어붙일 것으로 알려져 연말 금융당국과 노조의 갈등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노조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종원 행장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에 신(新)관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노조는 김 위원장이 기업은행장 후보군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포함됐다고 밝히면서 “관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에 관치금융 논란은 건설적인 논의가 아니라며 “일률적으로 관료 출신이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인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대놓고 관치금융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은 뻔뻔하고 무지한 일”이라며 “BNK금융과 기업은행 인사에 모피아 개입설까지 있는데 이는 공정과 상식이 목표인 현 정권에서 국정농단이나 다름없다”고 쏘아붙였다.
투쟁 수위를 높일 뜻도 밝혔다. 금융노조는 “대형 집회를 준비하고 있고, 국회 입법 투쟁을 통해 공직자윤리법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기업은행장인 윤종원 행장도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하는 등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다. 2020년 1월 임명된 뒤 금융노조 반대로 20여일 간 서울 중구 을지로 은행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금융노조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간신히 갈등이 봉합됐다.
노조는 윤 행장 전까지 10년 동안 세 차례 연속 내부 인사가 행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엔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별도 인선 과정도 없어서 이사회나 노조가 끼어들 틈이 없다.
윤 행장 임기가 2023년 1월 2일까지여서 이번 주 안에 차기 행장이 정해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와 각을 세우고 있어 갈등이 더 크게 확산할 수 있다. 2020년과 달리 정부와 노조의 강대강 대치도 예상된다.
정 전 원장 외엔 내부 출신 후보로 김성태 전무이사,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