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쟁점 법안 처리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거친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산업구조 개편과 노동시장 대란 방지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근로기준법 52시간 유연 근로제 유지를 28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화물차 안전운임제 등 연내 일몰 조항이 포함된 법들의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 30인 미만 업체 중 91% 이상이 유연근로제를 하고 있다. 일몰 시에는 76%가 아무 대책이 없다”면서 “일몰이 된다면 일감을 받더라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못 한다는 업체가 66%, 줄어드는 임금 때문에 직장에 못 있겠다는 비율은 63%나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협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중소기업 노동시장에 대란이 일어난다면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며 “민주당은 통과를 약속하지 않고 있다. 다른 법과 연계를 주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화물운송업계 구조로 인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 안전 일몰제 하나를 연장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지금 화물차량이 45만대 정도 되는데 그 중 23만대 정도는 번호판을 빌려서 운송하는 지입차주”라며 “운송회사들이 차주들에게 면허를 부착해주면서 2000만~3000만원씩 받고 월 30만~40만원씩 지입료를 받고 있다. 이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여당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26일 “30인 미만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다른 법안과의 연계 처리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정부·여당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다른 법안과) 묶여있지 않다”고 했다.
또 정부·여당이 국민과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은) 약속을 세 번 했다. 6월에도 했고 지속·운영하고 사업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파업을 해지하면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치의 시작은 약속 이행이며 이것이 곧 신뢰”라며 “국정이 소꿉장난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당사자들과 국민 앞에서 약속했던 걸 화물연대 때려잡았다고 이제 말을 바꾸는 게 유치하고 옹졸하다”고 지적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 이후 본지와 만나 “(국민의힘 발표대로) 그렇게 할 것이었으면 진작했어야 한다”며 여당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표시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