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강제격리를 폐지한다. '제로 코로나' 방역 완화로 주요 도시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격리 조치에 따른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해외 왕래 정상화를 추진, 침체하고 있는 자국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국무원 합동방역기구 등 방역 당국은 다음달 8일부터 코로나19에 적용한 '갑(甲)류' 감염병 방역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출입국 관련 강제격리, PCR 검사 등 모든 검역 조치를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감염증을 위험도가 높은 순으로 '갑류', '을(乙)류', '병(丙)류'로 관리한다. 코로나19는 콜레라, 페스트 등과 같은 갑류 수준으로 대응했다. 이를 한 단계 낮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동일한 을류로 취급한다. 환자를 강제로 시설에 격리하거나 지역을 봉쇄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제로 코로나'를 철회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8일부터 중국 입국자는 방역 당국이 지정한 호텔 등 별도 시설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중국 현지에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협력사 등과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기업인들 불편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중국 당국의 완전한 국경 개방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출입국에 관한 세부 사항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팬데믹 이후 전면 중단한 관광 비자 발급 재개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항공기 증편 규모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공데이터 제공업체인 베리플라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행 국제선 운항 횟수는 2019년 대비 6%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제조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된다. 제로 코로나 완화방침에 따라 중국 각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생산 인력 수급과 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4일부터 상하이 공장을 멈춰세웠다. 당초 25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공장 가동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하루 연장했다.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노동자들과 협력사 직원들 가운데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에어피니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하루 100만명 이상 감염자가 발생하고 5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새해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코로나19 감염자·사망자 추산 규모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