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기업의 체감 경기가 바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새해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전 분기 대비 7포인트(P),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5P 떨어졌다. 2021년 1분기(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0을 기준으로 나뉘는 부정 전망이 6분기째 이어졌다. 업종별로 제약을 제외하고는 전 산업 BSI가 100을 밑돌았다. 사실상 제조업 전체의 체감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올 한 해 이어진 고금리·고환율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공급망 위기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결과다. 새해에도 여러 형태의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분위기가 쉽사리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자칫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우려도 없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대자동차는 29일 창립기념일을 특별한 행사 없이 보낸다. 당장 새해에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여파에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인 탓이다. 이보다 앞서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전략 회의를 갖거나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하는 등 새해 위기 대응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나리오 경영, 위기 경영의 목소리가 예년보다 더 크게 들린다.
기업이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도록 정부 가이드와 지원책이 필요하다. 과감한 세제·금융 혜택으로 기업이 신수요 창출을 위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숨겨진 규제를 찾아내 기업의 신사업 진출 장벽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파격적이면서도 신속한 종합 지원책이 이어져야 새해 기업이 활기를 되찾고 체감경기도 높아질 수 있다. 기업의 활력을 살리는 데는 정부의 적극적 조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