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여성 체스 선수가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국제 대회에 참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이란 체스 선수 사라 카뎀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체스연맹(FIDE) 블리츠 체스 챔피언십 대회에 전날에 이어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FIDE에 따르면 사라사닷 카데말샤리에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선수는 1997년생으로 각국 체스 선수들 가운데 804위, 이란에서는 10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9월 이란에서 히잡 강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된 이후 각종 국제 경기에서 히잡을 쓰지 않는 이란 여성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이란 여성 선수인 엘나즈 레카비가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
레카비는 나중에 히잡이 벗겨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말이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이달 초 레카비의 가족 주택이 강제철거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이란 여성 궁수 파르미다 가세미가 테헤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히잡을 떨어뜨렸다가, 나중에 히잡이 떨어지는 것을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가세미가 히잡이 떨어지는데도 가만히 있는 영상이 퍼지며 그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지지를 표시했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마리암 카제미푸르 이란 스포츠부 차관은 "당시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게 행동한 여성 선수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했다"며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정부의 억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란 당국은 석 달 넘게 이어진 시위를 강경 진압했으며,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시위 참여자 중 최소 2명을 처형했다. 이 가운데 1명은 공개적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