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에 맞서지 마라(Don't fight the Fed).'
올해 우리 주식시장은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이 미국 격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초부터 흘러내린 코스피는 올해 두 번째 개장일이었던 지난 1월 4일 종가(2989.24)가 올 한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고점이었던 특이한 한해였다.
단 한 번의 반등 없이 하락을 거듭한 코스피는 지난 9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올 최저인 2155.49까지 떨어졌다. 이후 2400대를 회복한 증시는 이달 들어 다시 고꾸라졌다. 결국 코스피는 이날 연초 대비 25.2% 하락한 2236.40으로 올해 장을 마쳤다.
중소형 종목이 많은 코스닥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1037.38로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지난 10월 13일 종가 기준 올해 가장 낮은 651.59를 기록했다. 이후 7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다 지난 28일 692.37로 끝났다. 이후 7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다 연초 대비 34.5% 하락한 679.29로 올해를 마무리했다.
전문가조차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주식시장을 괴롭혔다. 지난 2월 발발해 10개월 넘게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증시 하락의 포문을 열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지난 3월 시작된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상은 세계 증시 하락을 부채질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Fed를 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증시가 현기증 느낄 정도로 급락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이창용 한은 총재 말 한마디에 주식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하반기 들어선 달러가 모든 주요국 통화를 압도하는 '킹달러'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 외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에 따라 증시가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형주, 중소형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5만 전자'로 추락했고 전기차, 이차전지 관련주는 간신히 버티나 싶더니 12월 들어 주저앉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 업종인 KRX반도체지수의 지난 1년 수익률은 약 마이너스(-)43%를 기록했다. KRX자동차와 KRX헬스케어지수는 약 -30%, KRX에너지화학 -24%, KRX방송통신 -20%, KRX은행 -19% 등을 보였다. 보험 업종 정도만 5%대 플러스 수익률을 보이면서 그나마 선방했다.
새해 전망도 암울하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증시 상승 폭에 제한을 두는 모습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새해 우리 증시를 2700~2800대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도 코스피 목표치를 2750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의 코스피 최저 구간은 2000~2300선인데 최상단은 IBK투자증권(2800), NH투자증권(2750), 교보증권(2650), SK증권(2450) 등 증권사마다 큰 차이를 나타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