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구 신임 신한은행장이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세대의 신한 모바일 뱅킹 접근성을 높이자는 차원이다. 리딩뱅크 신한이 먼저 과감하게 수수료 이익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은행권 전반의 이체 수수료 유지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30일 서울 신한은행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아주 빠른 시일 내에 모바일 앱, 인터넷뱅킹, 자동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며 “이것이 하나의 메시지가 될 것이며, 모든 은행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수료수익은 은행 비이자수익의 핵심상품이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수수료수익은 5035억원에 달한다. 물론 계좌이체 수수료는 수익 중 일부에 해당하며, 이 밖에도 펀드 판매와 신탁, 방카슈랑스, 신용카드 업무대행 등 수수료 구성 요소는 다양하다. 다만 지금까지 월급통장이나 사회취약계층 등에게 제공했던 이체 수수료 무상 지원이 전 고객에게 확대될 경우 연간 최대 수백억원 이익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앞서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최근 신한은행 '뉴 쏠(New SOL)' 출시를 기해 진행된 임원회의에서 진 전 행장은 “MZ세대 접근 허들을 낮추는 차원에서, 이체 수수료를 포함 지금까지 이익을 내 왔던 부분들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의견을 냈다. 당시에는 다른 임원들의 반대로 수수료 면제 계획이 무산됐으나, 한용구 신임 행장이 취임하면서 진옥동 행장의 뜻을 잇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용구 행장은 “진옥동 전 행장의 고객중심 철학은 저의 생각과 일치하며, 신한은행이 일류 은행으로 거듭나려면 가장 중요한 대명제라고 생각한다”며 “당시에도 수수료 면제에 적극 동의했으며, 재무부서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제 의사결정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용구 행장은 신한은행의 향후 디지털 전략 방향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센터를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으로 온전하게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금융사업 부문인 '땡겨요' 역시 2~3년 내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더불어 이날 신한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BaaS(서비스형 은행)' 사업부 출범을 알리기도 했다.
한 행장은 “현재 AICC를 비롯해 그룹차원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 중에 있는데, 이러한 인프라 측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인력 양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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