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72〉2023년 변화는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뒤돌아보며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고 기대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그래서 매일 떠오르는 태양도 새해 첫날에는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미디어산업에 종사하는 우리도 올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생각하며 기대와 함께 우려도 갖게 된다.

경제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된 가운데 소비 물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디어산업 속성상 그 변화와 전망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특히 위축된 경제로 투자나 소비가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부터 광고 기반 비즈니스모델을 확대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소위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라고 불리는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경제 상황과 맞물린 연유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지난해 연말 언론 보도에서 2023년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는 위성방송 DirecTV가 연 15억달러에 독점 중계했던 NFL 선데이 티켓 경기를 구글과 NFL이 유튜브 TV와 유튜브 프라임 채널을 통해 2023년부터 7년간 연 20억달러에 중계하기로 계약했다.

스포츠 중계권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스트리밍으로 이전된 이 사례는 미디어 시장 대전환을 시사한다. 미식축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지진과 같은 엄청난 충격이라고 보고 있다. NFL 선데이티켓은 1994년에 출시, 지금까지 DirecTV가 제공하던 것이어서 충격이 보다 크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일어나는 코드커팅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기있는 야구나 농구를 포함한 다른 스포츠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에는 미식축구 경기에서 종료 2분 전에 주는 경고(two minute warning)와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은 2015년부터 공식적으로 NFL 채널을 운영해 숏클립, 편집된 게임과 하이라이트 등을 제공해 1000만이 넘는 가입자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경기 자체를 중계하지 못했지만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이제는 경기 자체를 중계하므로 유튜브를 NFL 경기 중계 중심에 서게 했다.

모바일 디바이스 속 NFL 경기의 다양한 모습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전 경기를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레거시 미디어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유튜브는 디지털 플랫폼 역할을 통해 시청자에게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 강점을 통해 레거시 미디어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뿐 아니라 미디어산업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23년에는 주요 케이블TV 회사가 결국 케이블TV 비즈니스를 포기할 것'이라는 대담한 예측을 하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그들의 비즈니스 본질이 지난 몇 년 사이 계속 바뀌어 왔지만 아마도 올해는 주요 케이블TV가 서비스 판매를 중단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겨울이 오고 있다'고 한다. 최대 케이블TV 컴캐스트는 지난해 케이블TV 방송 가입자 10%를 잃었다. 수년 전부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케이블TV 방송 가입자를 넘어섰는데 지난해 3분기에는 속도가 더 빨라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년 전에는 미국에서 영상콘텐츠를 시청하는 고객 81%가 케이블TV를 통해 소비했는데 지금은 51% 수준이다.

새해 변화를 예측하는 보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유는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변화를 예측하기 쉽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미디어산업에 불어닥칠 변화의 크기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맞이하는 한 해 동안 그 변화에 대응, 시장을 선점하고 지속 발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며 가야할 길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