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472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이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 수출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요 에너지원 수입이 폭증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돼 빛이 바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해 수출액이 6839억달러(약 864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6.1%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이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이차전지 등 품목이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보이는 등 주력 품목과 신산업·유망품목 수출이 고르게 증가한 덕이다.
특히 대미 수출은 자동차, 이차전지에서 수요가 늘면서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26조원)를 돌파했다. 아세안에서도 2년 연속으로 최고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한국은 지난해 1~9월 기준 세계 수출 순위에서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6위(전년 7위)에 올랐다.
수입액은 18.9% 증가한 7312억달러(약 924조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확산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에 따라 원유, 가스, 석탄 수입액(168억달러)이 지난해보다 36억달러 늘면서 전체 수입액 규모를 키웠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72억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8년(132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적자액은 기존 역대 최대였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직전인 1996년의 206억2000만달러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산업부는 “무역규모 대비 무역적자 비중(3.3%)은 1996년(7.4%)의 절반 이하”라면서 “대규모 에너지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는 일본·독일 등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제조기반 수출강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 한국 무역은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저조한 성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 침체 장기화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주요국 수입량 조정 등으로 수출 확대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023년 수출액과 수입액을 각각 6624억달러, 6762억달러로 전망했다. 무역수지는 138억달러 적자를 낼 것으로 봤다. 2년 연속 무역적자를 예상하면서도 지난해 대비 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적자 규모를 줄일 것으로 추산했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IT 기기 시장 정체와 단가 하락에 따라 지난해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봤다. 다만 하반기부터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요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라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2022년 12월 수출·수입액은 전년 대비 각각 9.5%, 2.4% 감소한 549억9000만달러, 596억8000만달러다. 월간 무역수지는 9개월 연속 적자(-46억9000만달러)를 이어갔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