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각국이 무역기술장벽(TBT)과 동·식물위생검역(SPS)을 역대 가장 많이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너지효율·안전 분야 규제가 확대되면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이 같은 경향이 지속되면서 TBT·SPS 통보 건수는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2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TBT와 SPS를 합한 무역장벽 통보 건수는 606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1년(5782건)보다 약 5.0%(286건) 증가했다. 2015년(3657건) 이후 8년 간 지속 상승했다.
TBT와 SPS는 WTO가 통계를 집계하는 대표 무역장벽 지표다. TBT는 국가 간 서로 상이한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 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기술 애로요소로 대표적인 숨은 기술규제로 꼽힌다. SPS는 동식물 관련 병해충·식품·음료 및 사료의 첨가제 등에서 발생하는 위험에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명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흐름과 함께 에너지·환경·안전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서 TBT·SPS 통보가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창수 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장은 “최근 선진국에서는 포장지에 들어가는 미네랄 오일도 규제할 정도로 안전이나 환경 분야에 대해 민감하다”면서 “탄소중립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문제 때문에 에너지효율 규제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선진국이 무역장벽을 앞서서 높이는 가운데 최빈국이 이를 답습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WTO가 △선진국 △개발도상국 △최빈국으로 분류한 통계에서는 지난해 선진국과 최빈국이 SPS·TBT를 각각 역대 최고로 많이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SPS와 TBT를 각각 4671건, 4952건 통보해 1위를 차지했다. SPS는 미국에 이어 브라질(2911건), 캐나다(2681건), 유럽연합(1696건), 일본(1484건), 중국(1446건), 페루(1195건), 칠레(1051건), 대만(1036건), 뉴질랜드(913건) 순으로 나타났다. TBT는 미국에 이어 우간다(3132건), 브라질(3066건), 유럽연합(1919건), 중국(1797건), 이스라엘(1691건), 케냐(1660건), 에콰도르(1597건), 멕시코(1341건), 사우디아라비아(1328건) 순으로 많이 통보했다.
정부는 특히 TBT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올해도 에너지·환경·안전 분야에 대한 무역장벽이 강화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국장은 “일부 국가에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본국에게는 유리하지만 제3국에게는 불리한 (기술규제) 조항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환경, 에너지, 안전 분야에 대한 요구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올해도 무역장벽은 지속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표>최근 5년 간 TBT·SPS 통보 추이
<표>최근 5년 간 국가별 SPS 통보건수
<표> 최근 5년 간 국가별 TBT통보건수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