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 시대를 변화시켰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장안의 화제인 애플 제품을 갖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아이폰3GS 모델을 동료 직원과 구매한 15년 전인 2009년 당시만 해도 시대 변화가 모바일로부터 시작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탐닉하고,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시청하며, 쇼핑을 즐기는 일상이 절대 당연하지 않을 때였다. 고품질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그 당시에는 상상 영역 밖이었다.
2013년부터 9년 동안 한국에서 구글플레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모바일 시장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능력 있는 개발사들이 기회를 성과로 발현하며 성공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개발사들이 얼마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얼마나 우수한지에 대해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세계 수십억 사용자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고객으로 맞이하며 세계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회사들이 늘어남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감사했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개발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필자는 최근 모바일이 시대를 변화시키던, 또 다른 시대의 움직임이 시작되던 그 당시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에 구글에서 눈여겨보던 슈퍼스타급 직원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퇴사 후 블록체인 업계로 이동했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통해 만들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또 다른 세상은 거대 기업이 이끌어 온 중앙화된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과 달랐다. 효율적 의사결정 방식을 기준으로 내가 만들고 구매한 디지털 상품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세상의 중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분명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인터넷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이라는 기회의 크기를 압도할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물론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에서 일어난 일들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룰 없이 발전하는 산업을 제대로 정비하고 있는 과정으로 해석한다면 블록체인의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제대로 된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에서 그만큼 블록체인이 가져오는 기회의 크기가 엄청남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블로코어에서 투자자로 보낸 9개월 동안 200여건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며 구글플레이에서 만난 능력 있는 우리 개발사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초기 단계에 블록체인이 가져올 기회를 빠르게 알아보고 시장에 뛰어들어서 뛰고 있는 글로벌 개발사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이들 아이디어가 가져올 변화에 기대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나라 개발사들이 이 기회를 놓칠까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지난해 일련의 사건에도 미국 MZ세대의 30% 이상이 이미 블록체인 관련 기술·서비스·프로젝트를 경험했고, 나이키·스타벅스·발망 등 유명 브랜드들이 블록체인을 접목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계속해서 론칭하고 있다.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이 분야로 뛰어난 인재들이 계속 유입돼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다. 물론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으로 말미암아 변화되고 있는 세상에서의 기회가 우리나라 개발사들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민경환 블로코어 파트너 contact@bloc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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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