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대·에스이피협동조합·동양피스톤·태산솔루젼스 등 산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동차 부품 등 중견기업의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확인하는 '탄소 중립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동훈 한국공학대 탄소중립혁신센터장은 “국내 자동차 소부장 중견기업 중 유럽 자동차 메이커에 부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수요처로부터 RE100, 탄소 배출량(스코프1, 스코프2), 제품 탄소발자국 등 자료 제출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자동차 부품업체 동양피스톤과 함께 탄소중립 모니터링 솔루션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현 교수는 “현재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변화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은 국내 기업들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솔루션 개발은 국내 중견 기업이 글로벌 탄소 배출량 공개에 대응하는 탄소 모니터링 플랫폼을 완성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강조했다.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한 미국의 공급망과 모든 기업의 탄소 배출량 공개 의무화 등이 한국 수출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거래 계약조건으로 탄소 감축 실적·향후 계획이 국제 기준 인증서에 첨부가 될 것이 예상된다.
-탄소 모니터링 방법론은 무엇인가.
▲기업의 탄소 모니터링을 위해 AI 융합탄소중립 플랫폼을 독자 개발했다. 기업의 에너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장별·공정별·설비별 에너지 인벤토리와 맵을 디지털화해 실시간으로 에너지사용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모니터링 데이터를 시각화하기 위해 공장 전체를 3D 스캐닝해 디지털 트윈화한 후 원격 계측기를 탭으로 매핑했다. 가상 공장을 방문해 관심있는 설비나 공정 탭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에너지사용량, 탄소 발생량이 표시된다. 에너지사용량을 탄소 발생량으로 전환하는 계수 값이 한국과 유럽이 달라 한국용과 유럽용 메뉴를 달리할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공장별·공정별·제품별 탄소 발생량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앞으로 탄소 발생 단위원가도 산정하려고 플랫폼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스코프 1, 스코프 2 대표 제품 탄소발자국 자동 산정과 공개에 대해서도 기업 측과 협의하여 추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 탄소 모니터링으로 부가적인 서비스는 없는가.
▲기업은 탄소 모니터링만으로 탄소 중립 플랫폼 구축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 국내외 수요처에서 수주 계약과 관련해 탄소 중립을 요구하지 않는 한 동양피스톤과 같이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탄소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공장 전체 에너지 관리 고도화에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전문 인력도 고용해야 한다. 당장 수익과 연결되지 않아 플랫폼 구축을 하려면 경영진 결단이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탄소 모니터링 플랫폼내에서 기업의 에너지효율 최적화와 에너지 다소비 설비 최적화를 AI솔루션으로 해결해 기업의 에너지 절감이 되도록 부가서비스를 개발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AI융합 에너지 효율화 지원사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재는 초기 단계이나 기업의 생산 데이터, 에너지 데이터, 환경 데이터, 에너지 원단위, 탄소 원단위 등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경영혁신 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다. 당장 탄소 모니터링이 아닌 기업 전반의 새로운 디지털 정보를 실시간 웹, 앱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의 효율적 경영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기존 탄소중립 컨설팅 사업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기존 탄소 중립, ESG 컨설팅에는 사전 준비된 메뉴(형식)에 맞춰 데이터를 입력 해야된다. 대기업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메뉴(형식)에 맞추어 기업에서 데이터를 줄 수가 없어 탄소 중립 컨설팅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컨설팅은 로펌이나 에너지 관련 전문 컨설팅 기업에서 하고 있지만 제조현장 상황·현장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컨설팅을 받아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중견·중소기업의 탄소 배출 관련 데이터 수집 현황을 분석해 관련 데이터 수집 방법론부터 접근하고, 생산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실무 담당자와 인터뷰도 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컨설팅 방법론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학의 플랫폼 방법론을 에스이피협동조합 전문가들과 교수들이 직접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고 현장 실무자와 인터뷰를 통해서 기업 맞춤형으로 에너지진단·에너지 혁신 프로세스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AI학습을 통해 플랫폼을 완성했다. AI 분야는 대학 교수들이 담당했다. 대학교수들도 현장에 직접 나가 에스이피협동조합 전문가와 함께 함으로써 AI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었다.
또 일반 탄소중립 컨설팅으로 할 수 없는 방법론으로 제조현장 맞춤형 플랫폼을 구축해 기존의 획일적인 문서 중심의 컨설팅과 차별화했다.
-중견기업 탄소 중립 모니터링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올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 인력양성 사업으로 선정된 업종별 중견기업 탄소 자원화 특성화 인력양성과정(석사)의 학생들을 동양피스톤과 함께 탄소 중립 현장 연구 과정을 개설해 현장 학습에 활용할 계획이다. 동양피스톤과 협의해 현장연구과정에 참여한 대학원생을 채용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려고 한다.
반월·시화 산업단지의 다른 업종으로도 탄소 중립 현장 연구과정을 개설해 업종별 특성에 맞춘 탄소 중립 인력을 양성 및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전기·전자 업종의 대덕전자, 티엘비, 1차 금속가공업종의 대창 등 10개 업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공학대가 AI탄소중립 융합 특성화 대학으로 대학 비전을 갖춰나가 세계적 현장 맞춤형 탄소중립 전문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탄소중립 산·학 연계 목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