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한 어머니가 11일간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러시아군이 데려간 딸을 찾아온 사연이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동부 쿠피안스크 인근 마을의 코지르씨는 13살 딸 베로니카를 데려오기 위해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로 들어가는 고된 여정을 강행했다.
코지르씨는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했던 지난해 여름 딸과 헤어졌다. 당시 러시아군은 바닷가 캠프에 보내준다며 아이들을 데려갔다. 앞서 먼저 간 아이들이 금세 돌아오기도 했고 딸이 원하기도 한 터라 코지르씨는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이후 전투가 격화돼서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하더니 지난해 9월 중순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철군할 때는 아이를 직접 데려가라고 했다.
110㎞ 떨어진 우크라이나 2대 도시 하리키우에도 못 가본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세이브 우크라이나'라는 단체가 지원하면서 몇몇 부모들은 용기를 냈다. 14명이 여권을 만들고 폴란드 국경을 거쳐 아이들이 있다는 러시아 흑해 주변 도시 아나파로 향했다. 이들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 불안에 떨었지만 다행히 성탄절 전에 21명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베로니카는 캠프는 재밌고 교사들이 무척 친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이 되고 가족이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전쟁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미성년자 1만3613명을 데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단 122명만 돌아왔으며 많은 아이들은 행방불명 상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과 유엔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러 아이가 러시아 가정에 입양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의적인 인구 감소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어린아이들을 러시아 가정에 입양시켜 우크라이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말살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세이브 우크라이나'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헤르손에서 사라진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