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IBS '약물 상호작용 예측' 새 수식 개발…"美 FDA 수식보다 정확도 높여"

그동안 통용되던 '약물 상호작용(DDI) 예측 수식'이 부정확했던 원인을 우리 연구진이 규명했다. 정확도를 2배 높인 새로운 수식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김재경 수리 및 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팀이 채정우·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팀과 함께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4일 밝혔다.

체내 흡수된 약물은 여러 장기 효소 대사로 사라진다. 그런데 약을 두 가지 이상 함께 복용하면 대사 변화로 약 체외 배설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약물 상호작용'이다. 때문에 DDI를 고려해 약물 제거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의약품 처방, 신약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약물 상호작용 예측을 위한 FDA 식과 새로운 수식
약물 상호작용 예측을 위한 FDA 식과 새로운 수식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DDI를 평가하고, 다약제 복용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침서를 내놓고 있다. 여기서 제시한 수식을 활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문제는 수식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효소 반응속도를 설명하는 '미카엘레스-멘텐 식'이 기반인데,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효소 농도가 낮다는 것이 전제다. 우리나라 연구진은 실제 간에서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농도가 사용돼 온 값보다 1000배 이상 높은 것을 확인, 기존 FDA 수식이 부정확한 원인을 찾았다.

채정우 충남대 약대 교수는 “연구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인위적인 수를 곱하는 식으로 FDA 수식을 보정해 사용해왔다”며 “과거 과학자들이 당시 정설이던 천동설을 기반으로 행성 움직임을 설명고자 복잡한 궤도를 도입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학-약학 협력연구로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효소 농도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약물 대사 속도를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 왼족부터 송윤민 박사과정생(IBS/KAIST), 김상겸 교수(충남대), 김재경 CI(IBS/KAIST), 채정우 교수(충남대), 꾸엔 티 트란 및 응옥 안 티 부 박사과정생(충남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 왼족부터 송윤민 박사과정생(IBS/KAIST), 김상겸 교수(충남대), 김재경 CI(IBS/KAIST), 채정우 교수(충남대), 꾸엔 티 트란 및 응옥 안 티 부 박사과정생(충남대)

새 수식으로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제 측정 값과 비교한 결과 보정 없이도 예측 정확도가 기존 FDA 수식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존 FDA 수식은 2배 오차범위 내 예측 비율이 38%인데 반해 수정된 식은 80%에 달했다.

김상겸 충남대 약대 교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 개선이 신약개발 성공률과 임상에서의 약물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임상약리학 분야 최고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만큼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FDA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IBS CI는 “수학·약학 협력연구 덕에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해왔던 수식을 수정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미국 FDA 가이던스에 'K-수식'이 들어가길 꿈꿔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15일 임상약리학 분야 권위지인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IF 7.051)' 온라인 판에 실렸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