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발명자? 법정서 가린다

美 개발자, 특허청에 소송 제기
법률상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
주요국 판결 고려 대응방안 협의

AI가 발명자? 법정서 가린다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법원에서 이뤄지게 됐다. 아시아 최초로 특허청의 AI 발명자 무효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 제기되면서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허청은 최근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무효처분한 결정에 대해 출원인인 스티븐 테일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5일 밝혔다.

스티븐 테일러는 2021년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 특허출원을 진행했다. 당시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에 출원했다.

출원인은 해당 발명과 관련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 학습 후 식품 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유럽, 영국 등 주요국 특허청과 법원은 특허법 또는 판례를 통해 발명자를 자연인만 인정하고 AI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3월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되 AI에 대한 정보를 함께 기재하는 것까지 허용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특허청은 지난해 9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AI 발명자 이슈에 대한 주제토론을 이끌었다. 또 독일·영국·프랑스 특허청과 앞으로 AI 관련 지식재산제도 정착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주요국들은 아직 인간 개입 없이 AI 단독으로 발명하는 기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법제도 개선 시 국가 간 불일치가 AI 산업발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국제적 조화가 필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허청은 영국·독일에서 다부스 특허출원에 대한 대법원 심리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국가별 판결이 나오면 해당국과 판결에 대한 대응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AI 관련 지식재산 이슈를 전담하는 전문가도 파견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현재 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어 AI 발명자 등 관련 지식재산 이슈에 대해 선제적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행정소송과 주요국 대법원 판결 등을 종합해 국제적으로 조화되도록 AI 관련 지식재산제도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