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연이어 던진 '중대선거구제' 화두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선거구 개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중대선거구제 전환에는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군소정당에서조차 그 진정성과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향후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로 정리된다. 당장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반응이 유보적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선거구제 폐해를 절감하고 있지만, 중대 선거구제 문제점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다”라며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어 선거구 광역화로 복수 국회의원을 뽑으려면 행정구역 개편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앞서 최고위원회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제3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군소정당에서는 논의 진정성을 따져 묻는 한편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집행위원회에서 “2~4인 중선거구제 그 자체로 대통령의 취지가 실현될 수 있는가는 엄격히 따져볼 문제다”라며 “중선거구제가 양당 독식 한계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다양성과 민의만큼의 의석 보장이라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모두가 선거구 개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중대선거구제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한 지역구에 다수 의원을 선출해 사표를 줄인다는 긍정적 취지보다는 양당 독식 체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군소정당 사이에서는 하나의 광역지역구에 복수 의원을 선출하더라도 결국 상위권은 거대양당이 가져갈 것이라는 불만이 크다. 여기에 복수공천을 할 경우 사실상 다수당의 지역편향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의원들의 지역구에 대한 집착도 변수다. 광역지역구 개편 과정에서 현직 위원들이 본인의 지분을 주장하며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군소정당들은 오히려 비례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미완성된 채 시행돼 '위성정당' 논란을 일으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별로 특정 인원 의원을 선출하는 것보다 정당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이 고르게 분배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민생당 한 관계자는 “현재 거대양당이 전체 의석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정당 지지율에 따른 비례성도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며 “지역구 욕심에 양보하지 않은 중대선거구 개편보다는 연동형비례제를 강화하는 편이 났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