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지난해 5대 기술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푸드테크'를 선정했다. 핀테크, 사이버 보안, 미래 수송기술, 디지털 치료법 등과 함께 미래 혁신 신사업으로 지목되며 푸드테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푸드테크는 식품 관련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을 말한다. 먹고 마시는 일을 좀 더 편리하고 더욱 효율적이며 환경 친화적으로 해 주는 일련의 제품 및 서비스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과 같은 혁신 기술이 기존 식품 산업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농축수산물의 생산·유통, 음식료 제조·관리, 배달 및 소비, 식당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푸드테크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시장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연평균 31.4% 성장, 2020년에 60조원을 넘었다. 이는 식품 산업 전체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푸드테크는 식품 산업 미래의 활로가 될 수 있는 분야다. 기존 산업군에 머무르지 않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특징이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에 따르면 푸드테크 산업은 창발산업이다. 창발이란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않은 것을 처음 또는 새롭게 밝혀 내거나 이루는 일'을 뜻한다.
지난해 CES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 엔씽은 사막과 같이 작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자동화 운영 시스템을 선보여 지속가능성 분야의 혁신상을 받았다. 비욘드허니컴은 셰프의 조리법을 그대로 재현해서 요리하는 AI 로봇을 선보였다. 이처럼 푸드테크 산업은 혁신적인 미래 산업으로서 대한민국 사회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푸드테크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농식품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농림부는 산·관·학 푸드테크 정책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푸드테크 산업을 선도할 혁신기업 육성 △푸드테크 산업 저변 확대 △푸드테크 산업의 성장 기반 마련 등 3대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푸드테크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30개 육성을 목표로 사업단계별 자금 지원, 해외 시장 진출 지원, 수입원료 국산 대체 지원,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 법적 근거 마련 및 기준 정비 등의 중점 육성방안을 제시했다. 푸드테크를 통해 농식품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비전도 확립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푸드테크 산업 육성 및 지원 계획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푸드테크의 중요한 트렌드 가운데 개인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인 메디푸드 영역이 있다. 다양한 영양학적인 기술이 발달하고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개인의 요구를 반영해서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식단이나 제품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디푸드는 식음료 업계가 목표로 하고 있는 영역이다. 정부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에 더해 개인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가 신산업으로서 업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및 규제 완화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과 더불어 전국스타트업연합회도 민간단체로서 푸드테크 기업이 제시한 정책 수요를 기반으로 농림부가 총괄하는 푸드테크산업발전협회의에 현장 수요를 전달하는 등 푸드테크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산·관·학 공동의 노력으로 앞으로 푸드테크 산업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도약해 나가기를 바란다.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 ceo@medipress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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