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매년 새해를 맞이하며 인사말을 건넨다. 해님은 어떻게 화답했을까. 최초로 탄생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공식적으론 19세기 여성 수학자 에이다 러블레이스가 찰스 배비지의 '분석엔진'으로 다니엘 베르누이의 수를 산출하도록 고안한 알고리즘을 최초로 본다. 하지만 배비지의 제안인 '분석엔진'은 제작되지 못했고, 최초의 코드도 실행되지 못했다. 실제로 동작된 최초의 코드가 무엇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입문하면 맨 처음 작성해 보는 예제가 하나같이 'Hello, World!'라는 인사말 출력 코드다. 흔히 입문자로서 처음 입력하던 코드로 입문 인사를 대신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다. 컴퓨터 입문자의 입문 인사말이라면 'Hello, Computer!' 또는 'Hello, Cyberspace!' 정도가 적절하지 'Hello, World!'는 엉뚱하다. 'Hello, World!'는 입문자가 엔터 키로 자신이 입력한 코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자 갓 태어난 아가처럼 처음 만난 세상을 향해 건네는 인사말이다. '안녕, 세상아!' 이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실행하는 작업은 자기 생각의 일부를 분신처럼 디지털화된 코드에 내려놓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법이다.
최초의 코드가 마주하던 세상은 꽤나 적막했다. 곧이어 수많은 코드 탄생이 이어졌고, 코드와 코드는 인터넷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컴퓨터라는 '기계'와 '기계'를 연결했다면 웹은 코드와 코드를 연결했고, 수많은 웹서비스를 탄생시켰다. 1991년 CERN에 최초의 웹사이트가 탄생했다. 1992년 최초의 가상 도서관이 탄생했고, 최초의 과학박물관으로 설립된 '젊은 원숭이' 사이트는 음악과 문학을 서비스했다. 최초의 신용카드 검증 전자상거래 및 최초의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였다. 1993년 말까지 웹사이트 623개가 탄생했다. 1993년에는 최초의 웹 검색엔진 알리웹과 점프스테이션, 최초의 금융포털 블룸버그, 최초의 웹툰 Doctor Fun, 최초의 신문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The Tech, 최초의 생명과학 서버 ExPASy, 최초의 웹캠 Trojan Room Coffee Pot 등이 탄생했다.
1994년에는 최초의 기관 홈페이지인 Allied Artist International, 최초의 그래피티 미술 사이트 Art Crimes, 최초의 상업적 대량 스팸 사이트 Cybersell, 최초의 가상은행 First Virtual, 최초의 블로그 Justin Hall, 최초의 Full Text 검색엔진 WebCrawler 등이 탄생하는 등 1994년 말까지 이미 1만여 개의 웹사이트가 탄생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로 연결됐다. 그 가운데 일부는 아직까지 동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웹서버는 199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CAIR다. 필자도 1996년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병원인 PsyberWeb을 만들고 인터넷 중독증 치료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을 디지털 세상으로 연결했다. 인터넷이 기계와 기계를 연결하고 웹이 코드와 코드를 연결했다면 스마트폰은 사람과 코드를 빠르게 연결한다.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가상공간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소비자일 뿐 서버와는 차별된다. 빅테크 서버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인터넷과 웹은 평등하게 설계됐지만 서버와 서버 연결만 평등했을 뿐 사용자인 개인과 클라이언트는 하층민으로 전락했다. 다행스럽게도 24시간 켜져 있고 통신망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은 충분히 개인 서버 역할을 할 수 있다. 개개인의 디지털 분신인 스마트폰 속 코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 탄생한 분신들이 가상공간의 다른 분신들과 연결되고, 새로 만나는 모든 디지털 세상의 코드들에 인사말을 건넬 때 비로소 진정 새로운 디지털 세상이 열린다, 디지털 사피엔스 탄생과 함께. 2023년 새해 디지털 인사를 올린다. “Hello, Digital World!”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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