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 한 주차장. 숨 가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사람을 습격한 실루엣의 정체는 바로 태초부터 존재한 요괴다. 턱 밑까지 쫓아온 악귀가 사람을 덮치려는 찰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인반요(반은 사람이나 반은 요괴)'가 검은 양복을 입고 불상이 새겨진 '금강저'를 휘두르며 악귀를 제압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 속 이야기다.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의 세력에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태초부터 이 땅에 기생하던 악귀를 동·서양 퇴마술로 제압하는 모습들이 여럿 등장한다.
아름다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여자와 반인반요의 운명적 만남이 이뤄졌을 때 지구 반대편 바티칸 비밀 수도원에서는 퇴마 의식이 한창이었다.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저주의 말을 퍼붓는 부마자를 상대로 성호를 그으며 여유롭게 구마 의식을 거행하는 남자가 있었다.
'아일랜드' 세계관 속 악귀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치 다른 영혼이 쓰인 듯 행동하는 기이한 현상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마귀를 쫓는 종교적 의식을 대표하는 '엑소시즘'은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단어다. 교회 라틴어식으로는 '엑소르치스무스'다.
고대인은 '애니미즘(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세계관)' 신앙을 바탕으로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은 종교적 요소와 신화적 상상력이 결합되며 초자연적 요괴의 존재와 퇴치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요괴를 퇴치하기 위한 행위는 사람이나 집 등에 씐 마귀를 쫓아내는 '퇴마', 마귀를 몰아 내쫓는 '구마' 등 다양한 단어로 불린다. 현대 사회에서는 무당의 굿, 가톨릭의 장엄 구마 예식 등이 퇴마 행위로 이해된다. 가톨릭에서는 신약성경에 예수가 사람에게 붙은 악령을 쫓아낸 이야기가 여럿 나오고 제자인 사도들도 악령을 몰아낸 이야기가 있어 구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퇴마술은 미신과 과학의 기묘한 경계에 있어 현대 문학에서 대중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판타지 장르로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문화콘텐츠에서 다양한 소재로 활용된다.
'아일랜드'는 화려한 퇴마술을 통해 악귀를 처단하는 판타지 장르 드라마를 지향한다. 드라마 배경이 되는 제주는 신들이 태초에 세상에서 활개를 치던 악귀를 봉인하기 위해 터뜨린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설정했다. 시간이 흘러 땅속 깊이 잠들어 있던 악귀들이 다시 활개를 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활약이 시작된다는 게 시리즈 서사의 출발이다.
악귀를 봉인할 신녀의 운명을 타고난 '원미호', 제주도를 지키는 불멸의 존재 '반', 힙한 카톨릭 구마 사제 '요한'은 어두운 운명에 맞서 악령을 처단하고 세계 멸망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일랜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