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中 TV, 삼성·LG 추격 파상공세...소프트파워 확보 나섰다

중국 TV 업계가 삼성·LG를 따라잡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친다. 화질·크기에만 몰두했던 것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스크린 모델과 스마트홈 표준, 운용체계(OS) 생태계 등에 역량을 집중한다. 한국과 비교해 기술 격차는 여전하지만 화질을 넘어 소프트파워 확보에 나섰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CES 2023 TCL 부스 전경
CES 2023 TCL 부스 전경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는 중국 TV기업 TCL과 하이센스가 대규모 전시관을 마련했다. 저가 중국제품이라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과 스마트홈, TV 운용체제(OS) 생태계 등 기술력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바로 옆에 역대 최대 규모 전시관을 꾸민 TCL은 TV, 모니터 등 스크린을 포함해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까지 대거 소개했다.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밀고 있는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한 98형 8K TV를 전시장 입구에 위치시키고 136형 마이크로 LED TV 제품까지 최초 공개했다. 게이밍 수요에 맞춰 240㎐주사율을 지원하는 98형 미니 LED TV도 소개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스마트홈 표준 '매터(Matter)' 연동 지원 계획까지 밝혔다.

TCL 마이크로 LED TV
TCL 마이크로 LED TV

인테리어 맞춤형 제품도 선보였다. '아트 TV'로 이름 붙인 이 제품은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다양한 예술 이미지를 띄울 수 있도록 인테리어 기능을 강조했다.

하이센스 역시 주력 프리미엄 라인업인 미니 LED TV 'ULED'를 65형부터 85형까지 집중 배치했다. 여기에 110형 8K 라인업까지 소개하며 대화면·고화질 시장에서 경쟁력을 자신했다.

지난 CES 2022와 비교해 두드러진 차이점은 '콘텐츠'와 '서비스'의 강조다. 하이센스는 독자 OS인 'VIDAA' 존을 별도로 마련해 소프트파워도 갖췄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CES 2023 하이센스 부스 전경
CES 2023 하이센스 부스 전경

하이센스 관계자는 “VIDAA는 국가별 무료로 제공하는 채널 외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서비스와 건강, 엔터테인먼트 등 애플리케이션(앱)도 지원한다”면서 “삼성 타이젠이나 LG 웹OS와 비교해 빠른 속도와 풍부한 콘텐츠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TCL과 하이센스가 추구하는 혁신이 실현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TCL이 공개한 마이크로 LED TV와 98형 8K·게이밍 TV 모두 공식 출시 일정이 미정이다. 주요 제품에 적용한다던 매터 지원도 연내라고 언급했지만 이 역시 확정은 아니다. 하이센스도 110형 8K 미니 LED TV도 출시 전인데다 독자 OS로 제공하는 채널 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두 업체의 글로벌 스마트TV OS 점유율은 1% 미만이다.

화질 개선에 급급했던 중국 TV업계가 삼성·LG가 주도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스마트홈 서비스, OS 생태계 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TV시장은 화질이나 크기를 넘어 개인 취향과 사용성을 고려한 고객경험이 구매를 좌우한다. 이미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확보한 중국이 고객경험 확대에 눈을 뜬 만큼 소프트파워 확보에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할 공산이 높다.

CES 2023에서 하이센스가 공개한 스마트홈 공간
CES 2023에서 하이센스가 공개한 스마트홈 공간

업계 관계자는 “삼성·LG와 비교해 여전히 5년 이상 뒤쳐진 것으로 보이지만, 더 이상 화질과 크기에만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어 “강력한 자본력과 내수를 바탕으로 샤오미 등 자국 기업과 손잡고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삼성·LG의 신개념 스크린을 복제해 판매할 경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