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전기차 주행거리 1.5배 늘릴 수 있는 고성능 리튬 배터리 개발

고용량 바나듐 산화물 사용, 에너지용량 50%↑ 리튬배터리 구현
임광섭 교수팀, 현대차 지원 저명 학술지 '스몰' 표지 논문 게재

국내 연구진이 고용량 바나듐 산화물을 리튬 배터리 양극재로 사용해 에너지 저장 용량을 50% 높일 수 있는 고성능 리튬 금속 배터리를 개발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전지 에너지원으로 배터리 용량과 출력 등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 성능을 결정한다. 전이금속이 산화·환원되면서 리튬이온과 전자를 방출·흡입하는데 전지는 이 같은 금속 반응성 차이를 이용해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사용한다.

전기차에 사용하는 리튬 배터리는 흑연 음극을 리튬 금속 음극으로 대체한 배터리로 가벼우면서도 리튬 금속 음극 용량이 크고, 산화 환원 전위가 낮아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다. 리튬 배터리 양극 소재로 코발트(Co), 니켈(Ni), 망간(Mn), 철(Fe) 산화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 양극소재 용량 증대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리튬 배터리 에너지 향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에너지 리튬 배터리를 구현하려면 새로운 고용량 양극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상용화하려면 두꺼운 전극에서도 양극소재 성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전극을 두껍게 만들면 더 작은 배터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저항이 커져서 출력 등의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양극에서 빠른 전기화학 반응 속도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엄광섭 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전기자동차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종전보다 1.5배 늘릴 수 있는 고성능 리튬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바나듐 산화물 양극과 리튬 금속 음극으로 이뤄진 리튬 배터리의 양극 구조에 따른 율속 특성과 에너지 저장 용량 비교.
바나듐 산화물 양극과 리튬 금속 음극으로 이뤄진 리튬 배터리의 양극 구조에 따른 율속 특성과 에너지 저장 용량 비교.

리튬이 존재하지 않는 리튬-프리 소재인 바나듐 산화물 양극소재는 이론 용량이 294mAh/g에 달해 그 값이 기존 전이 금속 산화물 양극소재 140~200mA/g 대비 1.5~2배 이상 높다. 하지만 배터리 충·방전 과정 동안 구조가 붕괴될 수 있는 데다 안정성 낮고 이온·전자 전도성이 낮아 느린 전기화학적 반응 속도를 가졌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수열합성법에 결정 성장 억제제를 첨가하고 이후 열처리를 진행하는 새로운 합성법을 이용해 나노플레이트가 적층된 계층 나노구조 바나듐 산화물 양극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구조 내부 빠른 리튬이온 이동 통로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리튬이온 이동 거리를 감소시켜 빠른 충·방전 전류 조건에서도 높은 용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견고한 계층 나노구조는 충·방전 과정 동안 안정적으로 구조를 유지하게 해준다.

연구팀이 선보인 양극소재는 1차원 나노구조 바나듐 산화물 대비 1.5~2배 이상 증가된 에너지 저장 용량을 나타냈다. 보통 빠른 충·방전 전류 조건에서는 큰 저항이 생성돼 용량이 급속하게 감소하는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양극소재는 소재 내부 리튬이온 확산거리 감소 및 확산속도 증가 덕에 빠른 충·방전 속도에서도 저장 용량 감소가 더 적었다.

양극소재로 제작한 리튬 배터리는 100회 충·방전 이후에도 약 80%에 달하는 용량 유지율을 보였으며 대부분 나노벨트 구조 바나듐 산화물의 용량 유지율 평균 60% 이하와 비교해 매우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엄광섭 교수(오른쪽)와 심기연 박사과정생.
엄광섭 교수(오른쪽)와 심기연 박사과정생.

연구팀은 양극소재와 리튬 금속 음극을 완전셀로 구성해 고성능 리튬 배터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배터리는 두께가 증가된 전극에서도 양극소재의 독특한 구조 덕에 높은 성능을 보이고 양쪽 전극 무게 기준으로 592Wh/kg의 높은 무게당 밀도를 나타냈다. 이는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전극 기준 50%, 즉 1.5배 향상된 결과다. 향후 전해질 및 전지 패킹소재 최적화를 통해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최고 셀 기준 비에너지(무게당 에너지) 수준인 280Wh/kg의 140~150%인 약 400Wh/kg 이상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엄광섭 교수는 “차세대 고에너지 리튬 금속 배터리 개발에서 고용량 리튬-프리 양극소재의 중요성과 양극소재 나노 구조화를 통한 전기화학 반응속도 성능 확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몰 표지 논문 선정.
스몰 표지 논문 선정.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현대자동차 및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재료 분야 저명 학술지인 '스몰(Small)' 전면 표지 논문으로 최근 선정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