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기업과 소비자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말미암은 경제 상황 때문에 근심이 가득하다. 불안한 환경 속에서 도약을 원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의 근원 가운데 하나가 혁신이다. 금융산업의 성장은 기술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1866년 대서양 횡단케이블 설치 등 전신의 발달은 정보 교환 및 거래의 신속성을 보증했다. 바로 금융 속도 혁신으로 불리는 핀테크 1.0의 시작이다.
1967년에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다. 바클리스 은행이 최초로 자동현금인출기(ATM)를 설치한 것이다. 핀테크 2.0의 시작이었고, 이후 온라인뱅킹 탄생 등 금융 업무 중심의 내부혁신으로 발전했다. 핀테크 3.0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촉발했다. 암울한 금융시장에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놀라운 혁신을 끌어냈다. 고객은 전통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의 대가로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핀테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20년 핀테크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거치면서 더 크게 성장했다. 금융 분야의 건실한 경제 성장과 금융소비자의 포용까지 아우르는 디지털전환을 끌어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금융기술이 기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의 금융시장은 핀테크 3.0에서 핀테크 4.0으로 개화하는 기로에 있다. 핀테크 4.0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등 핀테크 3.0의 핵심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가는 시기를 의미한다.
최근 불안한 시장 환경을 대변하듯 핀테크 투자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혹자는 핀테크의 옥석 가르기가 가능해졌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정교한 기술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업 모델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핀테크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유니콘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핀테크 4.0시대의 혁신은 어떤 관점에서 이루어질 것인가. 예를 들어 보자. 금융기관의 핵심 수익원인 대출은 오프라인에서 수년간 혁신을 거듭해 정형화됐다. 하지만 며칠이 걸리던 대출 심사로 고객들은 불만이 많았다. 이에 금융기관은 신용평가모형 등 심사 표준화로 소요 기간을 단축시켰다. 이후 온라인뱅킹을 출시, 프로세스를 효율화했다.
핀테크 3.0은 이를 뛰어넘었다. 대출상품만을 모듈화한 것이다. 고객이 금융기관 채널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시공간 제약 없이 대출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핀테크는 다른 기업의 장점과 기능을 수용했다. 유통·통신이 소유한 고객거래 이력을 접목, 대안신용모델을 구축했다. 대출이 어려운 금융 소외계층도 대출 기회가 생겼고, 낮은 신용등급 보유자도 유리한 금리와 한도를 제공받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핀테크 4.0의 강점인 융·복합화 현상이다.
핀테크 3.0과 4.0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 핀테크 3.0이 대면채널의 금융을 디지털로 이전시키는 혁신이라면 핀테크 4.0은 디지털 위에서 구현되는 비즈니스 대상으로 혁신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즉 디지털에서 집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고, 고객에게 실시간 추천하며, 디지털 상에서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기술력과 디지털전환을 전제로 한 고도화된 혁신과 도전이 필요한 것이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기회는 줄 수 있다. 그러나 위축되지 말고 혁신의 힘을 통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반전되었을 때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앞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이 예상되는 가운데 핀테크 4.0은 금융시장의 혁신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각오로 죽음의 계곡(Death-Valley)에서 살아남아 미래의 중심 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민택 동국대 겸임교수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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