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에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가속패달을 밟으며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두 당권 주자는 곧 다가올 설 연휴까지 2주간 민심잡기 행보에 주력할 태세다. 이 가운데 또 다른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결단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마 여부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
9일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각각 당대표 경선 캠프 개소식과 당대표 출마 선언을 가졌다. 전당대회 일정이 채 잡히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 당권 도전을 시사해 온 양 주자는 빠르게 전당대회 이슈를 선점하며 양강구도를 굳히는 모양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이번 당권 경쟁에서 '총선 승리 적임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다수의석에 윤석열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발목 잡히는 상황을 내년 총선 승리로 해결하겠다는 공통 목표를 던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서로 '윤심(尹心)'을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가 100% 당원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윤심'의 향방에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 함께 이른바 '김장 연대'를 구축하며 '윤심' 몰이에 나서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이미 지난해 11월 윤대통령과 독대만찬을 했고, 지난 주말에는 장남 결혼식 관련 윤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은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날 출마선언에선 “윤 대통령이 실패하면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라며 '운명 공동체론'을 띄우기도 했다. 또 법조 출신 대통령과 과학기술자 출신 당대표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과학기술 패권경쟁시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 주자는 본인들의 청지 행보와 경험에서 차별점을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보수의 정통성', 안 의원은 '보수 혁신의 분기점'을 강점으로 호소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꾸준히 당적을 유지하며, 2018년 지방선거 당시 39차례의 영장 신청 등 진보진영 탄압을 이겨낸 뚝심을 보수 리더 경쟁력으로 자부하고 있다. 이날 캠프 개소식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축전을 통해 “하나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성공에 김기현 의원이 앞장 서 주길 바란다”는 응원을 받는 등 보수의 정통성 이미지를 계속 어필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단일화와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까지, 정치적 결단이 총선 패배 이후 보수진영의 패배주의를 승리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하게 된 분기점을 마련했다 강조하고 있다.
한편 나경원 부위원장에 대한 출마 요구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도전 공식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여론조사 당원 지지율 1위인 나 부위원장이 후보로 나와야 당원 총의로 당대표를 선출하고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