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에게는 인간 언어를 분석해서 세계 모델을 추출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열린 한 자선단체 행사장에서 임상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교수는 최근 주목받는 챗GPT(ChatGPT) 사용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알고리즘이 만들어 낼 인간과의 새로운 긴장감에 관해 언급했다. 피터슨 교수는 대규모 언어 처리 모델인 생성 AI는 머지않아 이미지와 동작까지 활용해서 스스로 패턴을 추출한 후 세상에 테스트해 봄으로써 인간 과학자의 역할을 수 초 만에 처리할 정도로 똑똑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GPT-3, DALL-E, Stable Diffusion 등은 이제 거의 모든 AI 시스템의 기반이 되고 있는 등 AI 패러다임 전환을 가시화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이미지와 텍스트를 생성하는 강력한 이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이미 기존 산업 내 창작자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은 AI 학습을 위해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코드를 게시한 수많은 작성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의 집단 소송을 마주했다. 또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지난해 10월 성명을 통해 AI 기반 음악 생성 및 리믹싱이 음악인 권리는 물론 그들의 재정 상황까지 모두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사례는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세트를 사용해서 시스템을 훈련하고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과연 모두에게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해당 논란이 많은 부분의 새로운 기술 중심적인 면에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모델에 자신이 의도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텍스트를 입력하는 존재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 인간이 알고리즘과 맺는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이미 익숙하게 경험해 온 콘텐츠 생성 알고리즘(content-generating algorithm)과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우리는 알고리즘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 콘텐츠와 광고 관련 대화 시 자주 등장하는 '추천' '선택'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이나 소셜 미디어 내 알고리즘 중심으로 어휘를 구축하는 현상을 확인케 한다.
또 우리는 알고리즘에 호기심이 많다. 유튜브 메인 페이지가 왜 특정 카테고리의 콘텐츠로 채워지는지, 자신이 포스팅한 콘텐츠의 노출량이 충분지 않다고 여길 때 등 종종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으로 알고리즘을 향한 궁금함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알고리즘이 활동적이고 살아 있는 존재처럼 우리를 위해 존재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습관을 기르기 위해, 배우기 위해,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알고리즘에 기대곤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없어 보이는 해시태그 사용 시도, 방해금지 모드 활성화, 광고 옵션에 대한 피드백 전송까지 알고리즘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할 때 디지털 디톡스, 뉴스레터 콘텐츠 소비 등 알고리즘과의 단절을 시도하기까지 한다.
정리하면 사람들은 알고리즘과의 관계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신뢰 부족, 나쁜 평가,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는 상당 부분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는 '사회적 관계'와 흡사하다. 나아가 기존 콘텐츠 생성 알고리즘과의 관계는 대부분 '소비' 영역에서의 일방적 관계였다면 현재의 대규모 언어 처리 모델인 AI 알고리즘과의 관계는 '생성' 영역에서의 양방향 관계에 가깝다고 정의할 수 있다.
사용자가 요구하는 결과물이 완전한 오리지널리티를 띠지 못한 세상 속 누군가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제 생성 AI 알고리즘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챗GPT의 창을 띄워 놓아도 AI 알고리즘은 기다릴 뿐이다. 어쩌면 당신이 무언가를 적을 때 비로소 당신이 속한 세상의 또 다른 누군가와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도록 돕고 있을 뿐일 수 있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