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디지털화는 선택 아닌 필수다. 교육부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학생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개정된 교육과정 세부 내용을 살펴보고 학생들이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해법을 제시한다.
#사례1. 초등학교 5학년 민수(가명)는 음악 시간에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고, 작품 속 주제를 파악한다. 그리고 작품 주제에 따른 음계를 찾아 다양한 음계와 연결 짓는 활동을 한다. 마지막으로 민수는 음계 코딩을 활용해 자신만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작곡한다.
#사례2. 초등학교 6학년 지선(가명)이는 독도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주제로 발표를 준비한다. 다양한 동·식물을 조사해 분류한 뒤 과학 수업에 코딩 프로그램을 연결해 동·식물 분류 프로그래밍을 만들어 친구에게 소개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2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했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앞선 사례처럼 앞으로 학생들은 기본 교과과정과 정보 과목이 연계된 수업을 받는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2027년 초·중·고 전체에 적용된다. 새로 개정된 교육과정은 아날로그 지식 중심 교육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중등 SW·AI 교과시수 2배 늘고 '매체' 영역 신설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초·중등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교과 시수 확대다. 교육부는 초·중등 SW·AI 교육을 필수화하고, 초·중등 정보(실과) 교과 시수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린다. 학교자율 시간과 정보 과목 수업 시수를 초등학교는 현행 17시간(5∼6학년)에서 34시간 이상,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확대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보 교육은 현행 SW 교육을 바탕으로 AI·빅데이터 등 첨단 디지털 혁신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초등학교는 카드놀이와 같은 언플러그드 활동으로 문제 해결 절차를 이해하고 블록 코딩 등으로 구현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중학교 과정에는 컴퓨팅 사고 과정 이해와 실생활 중심 AI 윤리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고등학교는 정보 과목과 진로 선택 과목에 더해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 과학' '소프트웨어와 생활' 등 과목이 추가된다.
다양한 매체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에 '매체' 영역이 신설되고, 고등학교 국어에는 선택 과목으로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 등이 개설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학 교과는 교과 영역을 통합해 학교·급 간 연계를 강화하고, 고등학교는 학생 적성과 진로에 따른 '실용 통계' '수학과 문화' '직무 수학' 등 선택 과목이 늘어난다. 수학적 모델링, 놀이 및 게임 학습과 평가 모형을 구체화하고, 디지털 기반 학습을 통한 공학 도구 활용을 강화한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모든 학생이 학습의 기초인 언어·수리·디지털에 관한 기초 소양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학생 개개인 특성과 학습 수준에 맞는 디지털 기반 개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기초학력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교수학습과 평가체제도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원격수업, 디지털 기반(인프라)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방식 현장 안착을 위해 교육과정 지원 체제를 구축한다. 교육부는 앞으로 온·오프라인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도록 총론과 교과교육과정에 근거를 마련하고, 교육기술(에듀테크)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 교수·학습 및 평가 체제를 구축한다.
◇정보교과 선택, 수준 맞는 디지털 프로그램 경험
교육부는 디지털 교육 강화와 함께 학생 주변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실증 교육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암기하는 교육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조기성 계성초 교사(전 스마트교육학회장)는 “기존 한국 교육 방식이 대학 입시 위주 지식 암기식 교육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새 교육 과정에 맞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디지털 프로그램을 골라 학습을 시작해 볼 것을 조언했다. 아울러 정보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낯선 과목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중학교 정보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코딩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과목을 어려워하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과목을 받아들이고 일단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입시에서의 유·불리를 넘어 긴 안목으로 정보 관련 선택 과목을 적극 배워볼 필요도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정보 교과가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으로 지정된 학교가 많다. 정보 교과를 선택하는 학생 또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상희 서울사대부고 교사는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대다수가 국·영·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라 내신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제는 정보 산업과 연관되지 않은 직업이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먼 미래를 내다보고 AI처럼 새롭게 신설되는 정보 교과를 적극 이수해 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 외 여러 교육 기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정보 교육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오인환 유영초 교사는 “최근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창의재단이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학 중 SW·AI 교육 캠프 등에 참여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일각에서는 SW·AI 교과 시수 확대가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만으로는 정보 교과를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보 교육은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하기에 무턱대고 사교육을 받는 것보다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구글링 등으로 직접 찾아보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유정 양전초 로봇·코딩 전문강사는 “교육비가 만만치 않은 정보 교과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정보 과목 관련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면서 “모든 SW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처럼 학생 스스로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이 새로운 교육 과정을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