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정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는 '민·관 협업과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디지털플랫폼정부 혁신 인프라 구현,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데이터 전면 개방 및 활용 촉진, 인공지능(AI)·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부의 일하는 방식 혁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용 환경 보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는 전자정부의 글로벌 리더라는 위상을 달성했음에도 공인인증서 독점 폐지 및 인증 다변화에 거의 20년을 소모했고, 국민이 느끼는 공공서비스 향상 속도는 기대보다 뒤처져 있었다. 전자정부라는 틀에 갇혀서 혁신 속도가 점점 떨어졌기 때문에 새 정부 들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혁신이라는 방향을 설정한 것은 대체로 반길 만하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어떻게'가 되겠다. 관공서의 신속하고 친절한 응대에 익숙한 우리 국민에게 무언가 확 달라졌다는 체감을 느끼게 해 주기란 그리 쉽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데이터 구축은 시간과 인력이 굉장히 많이 드는 영역이다. 국민과 전문가가 직접 참여해서 양질의 데이터를 차근차근 쌓는 것과 동시에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역할도 누군가가 맡아 주어야 한다.
필자는 관련 연구원들과 함께 온라인 민원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논문에서 필자는 시민이 아파하는 '통점'(pain point)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지만 반복되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개별 민원에 대응하는 미봉책에 치중해서는 시민 삶의 질이 근본적으로 향상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장 접수된 민원에 신속히 응대하는 것과 동시에 민원 패턴을 찾아내고, 앞으로 발생할 민원을 예측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시민은 행복해할 것이다. 다행히 기계학습과 딥러닝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이러한 시민행복·국민행복의 향상을 앞당길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양질의 공공데이터를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IT 서비스를 통해 유니콘 기업이 되기를 꿈꾸는 스타트업, 시민의 아픈 지점을 다루고 여론화해 나가는 시민단체,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는 각급 교육기관 및 대학, 뉴스 가치에 따라 시민의 불편을 취재하는 언론,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활약하는 제3섹터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폭넓게 참여해야 창조적인 공공데이터의 활용이 가능하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의 연결 부분은 개인의 동의라는 전제 아래에서 시민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시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의 방향과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민간기업의 이익에 일방적으로 남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분야의 공공데이터가 국민 행복에 잘 활용될 수 있을까. 필자는 교육 분야를 유심히 보고 있다. 국가의 교육 재정 지출 비중은 상당히 높은 데도 여전히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하는 부모들의 비명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자기 소질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까.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지속적인 인·적성 데이터의 축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인구절벽에 다다른 우리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야 인생 삼모작·사모작에 필요한 지식 습득을 낮은 비용으로 감당하면서도 동시에 아이를 낳아 기를 동기가 생기도록 할 수 있을까? 평생 쉽게 교육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촘촘한 학습의 그물망을 만드는 게 필요할 것이다. 교육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끈 비결인 동시에 많은 문제의 출발점이다. 교육 빅데이터가 딥러닝과 만나 국민 행복의 날을 앞당기기를 기원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