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독과점 플랫폼, 경쟁사 이용 방해·자사 우대 금지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
무료 서비스도 '가치 교환' 존재 명확히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시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시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대 플랫폼이 이용자가 다른 경쟁 플랫폼을 이용하는 '멀티호밍'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거나 자사 상품을 우선 노출하는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플랫폼의 독과점 지위는 매출액과 더불어 이용자 수, 이용 빈도, 시장 진입 장벽, 네트워크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광고 노출, 개인정보 수집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명목상은 무료더라도 가치의 교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이같은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스페셜리포트] 독과점 플랫폼, 경쟁사 이용 방해·자사 우대 금지

◇멀티호밍·자사우대 등 경쟁제한 우려 행위 규정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행위 유형을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MFN)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 네 가지로 규정했다.

멀티호밍에는 경쟁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을 증가시키거나 싱글호밍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한다. 자사우대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사와 거래하는 사업자의 상품과 서비스를 그렇지 않은 상품·서비스보다 우선 노출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다만 이같은 행위가 일률적으로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침은 행위의 의도와 목적, 구체적 수단, 경쟁 제한 정도, 효율성 증대 효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당성을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또 경쟁 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면 이를 비교해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한다. 개별 사안에 따라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부당한 행위로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심사지침 적용 대상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온라인 플랫폼 중개 서비스, 검색엔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운용체계(OS), 온라인 광고 서비스 사업자 등이다. 해외 사업자가 국외에서 한 행위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 적용 대상이 된다.

◇이용자 수 고려해 시장 지배적 지위 판단…경쟁 제한, 가격 외 요소도 고려

시장 지배적 지위는 매출액뿐만 아니라 이용자 수, 이용 빈도 등을 함께 고려한다. 예를 들어 직접 관련 매출액이 존재하지 않는 OS는 해당 OS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 수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산정할 수 있다.

또 문지기(게이트키퍼)로서의 영향력, 교차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볼 예정이다.

교차 네트워크 효과는 앱 마켓 이용자가 늘면 해당 앱 마켓을 통해 앱을 출시하려는 개발자가 늘고, 이게 다시 앱 마켓 이용자 증가로 이어지는 등 서로 다른 이용자 집단이 상호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게이트키퍼로서의 영향력은 다수 이용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주요 이용자 집단에 대한 접근성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를 본다.

경쟁이 제한됐는지를 판단할 때는 서비스 다양성 감소, 품질 저하, 혁신저해 우려 등 가격과 산출량 이외 부분에서 경쟁이 제한된 경우도 고려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무료 서비스의 존재, 디지털 상품의 특수성으로 인해 경쟁제한 효과가 가격 상승 외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치다. 또한 현재 지배력을 보유한 시장뿐만 아니라 연계된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의 경쟁상황에 미치는 효과도 본다. 플랫폼을 지렛대로 연관 시장까지 독점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플랫폼 서비스 시장의 독점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봤다.

◇공정위 “플랫폼 특성 고려한 법 기준 제시…새로운 규제 아니다”

공정위는 심사지침 제정이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거래법 제5조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방해하는 행위, 경쟁 사업자를 부당하게 배제하기 위해 소비자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심사지침은 법 조항을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적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해설서다.

공정위는 새로운 규제가 신설되는 게 아니며 지금까지 누적된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법 집행 사례 등을 토대로 독과점 남용행위 심사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은 전체 산업과 모든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번 심사지침 적용 대상 사업자들도 기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자였으며, 지침으로 인해 법 적용 범위가 확대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심사지침을 제정한 이유는 초기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거나 독점력을 연관 시장으로 확장해 경쟁을 제한하는 등 독과점 구조를 고착화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 남용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현행 공정거래법 심사기준은 온라인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집중으로 인한 쏠림 효과, 시장의 혁신 및 동태적 효과를 반영하는 데 일부 한계가 있어 특화된 심사지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지난해 1월 행정예고됐으나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맞물려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작년에 공개된 초안과 달리 최종안에서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삭제됐다. 관련업계와 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만 심사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수정한 것이다.

유 국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아직 법 집행 사례가 축적되지 않았고 중소 스타트업 플랫폼에 적용될 우려가 있어 제외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