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가 만든 '서브컬처' 게임이 해당 장르의 원조격인 일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에 매력적 캐릭터와 완성도 높은 게임성까지 3박자로 일본 게이머 '덕심'을 자극했다.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만화 단행본과 OST 앨범까지 영역을 확장, 상업적 성과에 문화적 영향력까지 높였다는 평가다.
15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시프트업이 개발한 '승리의 여신:니케'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7000만달러(약 871억원)를 상회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62.4%가 일본, 14.4%는 미국에서 거둔 성과다.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니케는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로 이름을 알리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시프트업의 신작이다. 유명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를 비롯해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가 개발에 참여했다. 차별화된 캐릭터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다.
서브컬처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관련 문화 생태계에 기반을 둔 장르다. 게임 분야에서는 미소녀 연애물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이 서브컬처와 좋은 궁합을 보이고 있다.
니케의 인기 요인으로는 수집형RPG에 건슈팅을 접목한 독창성과 전에 없던 신규 IP, 고퀄리티 캐릭터 원화가 손꼽힌다. 일본뿐만 아니라 최근 젊은층 사이에 서브컬처 팬이 늘고 있는 중국에서도 니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케 퍼블리싱을 텐센트 산하 레벨 인피니트가 맡고 있는 만큼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시장에서도 게임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됐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시프트업만의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게임성과 퀄리티 높은 비주얼, 공들여 만든 스토리 등을 통해 새로운 IP를 만들어 선보였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게임즈가 개발, 넥슨이 서비스 중이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도 일본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식 캐릭터 이름은 물론 더빙까지 일본어로 제작, 서브컬처 팬 기대감에 부응했다.
코믹마켓 등 일본 현지에서 진행된 대규모 만화·애니메이션 행사에는 블루 아카이브 2차 창작물까지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발간한 아트북은 이틀간 아마존 도서 부문 전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본류는 일본이지만 모바일 게임 영역에서는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보유한 한국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게임 시장에서만큼은 '비주류'가 아닌 주류 장르로 사실상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