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미세조류, 고부가 바이오산업 육성"

자원화 사업 추진
내년 제주에 '배양센터' 완공
300억 투자·6개 광역시도 협력
수산부산물→식품·의약원료화

강도형 KIOST 제주연구소장. 뒷 배경은 제주연구소에 구축된 미세조류 대량생산 실증시스템.
강도형 KIOST 제주연구소장. 뒷 배경은 제주연구소에 구축된 미세조류 대량생산 실증시스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원장 김웅서)이 미세조류 자원·산업화에 본격 나섰다. 연구개발(R&D) 사업화 수준을 넘어 미세조류를 상용 자원으로 고도화해 탄소중립 구현과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 육성에 기여한다.

강도형 KIOST 제주연구소장은 “다양한 해양 자원 가운데 미세조류는 산업화 잠재력이 매우 크지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자원”이라며 “올해를 우리나라 미세조류 상용 자원화와 고부가가치 산업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세조류는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아주 작은 단세포 식물이다. 하지만 광합성으로 자기 무게의 2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만든다. 광합성 과정에서 나오는 지방산, 전분, 다당류 등을 분리 추출하면 바이오에탄올, 항산화제, 항암제 등 상용 바이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단백질 밀도가 높아 대체 식량 가능성도 높다.

강 소장은 “육상 식물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우리나라 면적만큼 미세조류를 펼쳐 배양하면 이론상 이산화탄소 5800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 우리나라 2030년 감축 목표치의 20%다. 영양가도 높아 식용 재배하면 기술개발 성과에 따라 식량 생산량을 50%가량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조류 산업화 추진 배경에는 기존 연구 성과와 사업화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이 깔려 있다.

강 소장은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해양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정보를 10여년간 축적하고, 이를 빅데이터 분석 후 한국형 배양시스템을 적용해 '저비용·고효율 바이오매스 대량 생산 상용화시스템'을 개발했다.

미세조류 스피루리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광생물 배양기.
미세조류 스피루리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광생물 배양기.

다년간 한국연구재단 '해양극지원천기술개발사업(해양 생물기반 소태아혈청 대체 바이오소재 원천기술 개발 과제)', 해양수산부 '해양 미세조류 유래 인지능 관련 개별 인정형 소재 개발 및 제품화 연구' 등을 수행하며 미세조류를 자원화하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다수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해양 미세조류 일종인 스피루리나에서 기억과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지닌 물질을 추출했다. 추출에 이어 최적 추출 공정까지 개발해 네추럴웨이, hy(한국야쿠르트) 등과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등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한 스피루리나의 특성을 활용해 세포배양에 사용하는 소태아혈청을 최대 90%까지 대체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소태아혈청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세포 성장과 기능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함유해 바이오·의약산업에서 줄기세포를 비롯한 세포배양에 많이 사용한다”며 “바이오테크기업 씨위드에 기술 이전해 미세조류와 해조류를 활용한 친환경 배양육 생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 말했다. 또 “이 기술을 고도화해 바이러스 백신 생산용 바이오제재인 무혈청배지를 기존 육상작물에서 해양미세조류로 전환하는 원천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해 탄소저감 효과와 백신 단가를 낮추는데 기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개발한 미세조류 기술을 출자해 KIOST 연구소기업 설립에도 기여했다. 현재 해외수출 전문 뷰티기업 '라라잇츠', 200톤급 규모 수로형 미세조류 대량생산시스템을 갖춘 '태양스피루리나', 미세조류 배양기로 원물을 생산하는 '비루트랩'이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스마트복합해양배양센터 조감도
내년 완공 예정인 스마트복합해양배양센터 조감도

미세조류 산업화는 제주연구소 '스마트복합해양배양센터'와 '해양수산부산물 바이오소재화 기술개발 연구사업'이 양 축이다.

'스마트복합해양배양센터'는 미세조류를 포함한 해조류 산업화 선도 인프라로 내년 완공 예정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세조류와 해조류 대량 생산·활용과 해양생물 연구-산업화 전 주기를 지원한다. 청정 해양생물자원 원료 생산, 세포배양에 필요한 소태아혈청 대체재 연구, 기능성 단백질 대량 생산 기술 확보, 해양자원 기반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 화장품, 의약품 소재 개발이 주요 기능이다.

'해양수산부산물 바이오소재화 기술개발 연구사업'은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오는 2027년까지 300억원을 투입한다. 수산부산물을 재자원화해 기능성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산부산물 폐기량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이 사업에는 정부 출연연, 대학, 중소기업, 지자체 등 24개 기관 및 기업이 참여하고 6개 광역시도(강원도, 경상남도, 부산시, 전라남도, 제주도, 충청남도)가 협업한다. 바다를 낀 6개 지자체마다 특성화 수산부산물을 발굴해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화장품, 의약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 생산 기반을 마련한다. 동시에 지역 스마트 양식클러스터, 수산식품클러스터, 수산물 가공시설에서 배출하는 수산부산물을 적극 활용해 폐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강 소장은 “미세조류를 아이템으로 기술과 산업 융합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탄소 중립과 바이오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며 “현재 기후위기는 폭염과 홍수, 산불 등 재난과 함께 물 부족, 식량 부족 등 인류 생존 위기다. 해양자원인 미세조류 산업화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