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업계는 함께 고민하며 기르는 성장 영역

성주은 아이스크림에듀 이사(CMO)
성주은 아이스크림에듀 이사(CMO)

지금까지 마케팅과 영업 분야 일을 약 20년 하면서 교육업은 처음이다. '잘 몰라 이런 고민을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서 더 순수한 시각으로 교육업계를 바라보는 고민을 나눠 보고 싶었다.

“요즘 왜 이렇게 TV에서 초등 학습기 광고가 많을까?” 새 학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마다 매년 펼쳐지는 이러한 유례없는 경쟁 구도가 내게는 생소한 모습이다.

TV, 라디오, 버스, 지하철 등 쉽게 접하는 광고 가운데 스마트러닝 초·충등 학습기 광고가 어렵지 않게 자주 눈에 띈다. 황금시간대에도 학습기 광고는 나온다.

당사에서 출시한 '아이스크림 홈런'을 포함해 4~5개로 적지 않다.

왜 이렇게 광고를 할까? 그만큼 수익이 높은가? 시장 규모가 성장하는 마켓인가? 사실 모두 '아님'에 가깝다.

출생자 수는 매년 10% 이상 감소하고, 초등학생 인당 사교육비는 최대 30만원 수준으로 매년 유사하다. 코로나19로 3년 전부터 비대면 교육이 불가피했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관련 기능을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업계, 특히 스마트 러닝시장에서 불꽃 같은 경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성장하는 학생 경쟁력을 길러 줘야 할 때 대부분 교육회사는 지신의 생존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실에 쉼표, 아니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상품을 판매해 왔다. 쓰지 않는 사람을 쓰게 하는 신규 고객 유치, 쓰는 사람을 더 쓰게 하는 기존 고객관리 관점에서 분석하고 테스트하는 방식은 판매하는 상품만 다를 뿐 접근하는 방법론과 자세는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1년 동안 교육 업종에서 일하며 본업에 대한 가치관은 바뀌었다. 반성했다. 고객을 대하는 책임감 깊이 또는 진중함이랄까. 소비재·금융·패션업계에서 고객을 대하는 자세와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밀착형 소비재를 담당했을 때 그들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맞춰 필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교육은 필요에 의한 소유욕에 맞춰 접근하는 것이 맞나? 우리나라 교육업계가 흔히 하는 마케팅 공식은 공포·상실 마케팅이다.

사용자를 존중하는 태도나 배려보다 “이거 하지 않으면 고객님 아이는 뒤처져요” “성적 올리려면 우리와 함께하세요” 등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게 급급해 보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하고 싶지만 늘 성적은 숫자로 보이고 등급으로 매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 업종에서 '1위' '1등'은 어쩔 수 없는 목표인 것인가?

업계에 종사하는 우리 역시 지고 싶지 않아 1위를 그렇게 강조하는가 보다. 1위 그리고 회사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무엇을 위해 우리가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지 잠시 생각하고 고민할 때가 왔다.

한국 교육은 뼈아픈 경쟁에 둔감하면서도 맹목적이다. 자라나는 학생을 성장시켜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길러 줘야 하는데 학생이 아닌 교육계가 서로 경쟁을 부추기며 전투력을 기르게 한다.

나만의 가치관을 갖춘 성인을 타깃으로 하는 것과 달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는 성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은 뭔가 다른 숙연함을 지녀야 한다. 학부모가 막연하게 느끼는 두려움과 고민을 이용 수단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아이스크림에듀를 포함해 교육업계에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책에서 읽은 '영향력'에 대한 한 마디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자기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타인의 힘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정작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나의 힘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생각보다 교육업계 종사자의 역할과 말 한마디가 자녀를 양육하는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아니 막강하다.

성주은 아이스크림에듀 이사(CMO) jesung@i-screamed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