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사상 초유 고금리 기조 속에 연초부터 저금리 상품을 앞세운 공격적인 신차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이 대폭 줄어든 데다 고금리로 고객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는 수요 위축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난 이후 구매 혜택을 대폭 축소했던 완성차·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할부 금리가 최고 10%대에 진입하자 1월부터 금융사와 제휴해 3%대 미만 저금리 상품과 할인 혜택을 속속 추가했다.
르노코리아차는 전 차종에 대한 2.9% 할부 상품을 선보였다. 할부 원금 1000만원 이상이면 2.9% 저금리로 최장 12개월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 선수금 없이 전액 할부도 가능하다. 할부금 일정 금액을 유예해 월 납입금을 줄이고 할부 마지막 회차에 상환이나 차량 반납, 할부 연장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 잔가 보장 할부 상품도 내놨다.
기아는 경차 모닝을 대상으로 차량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한 기준금리 할부 상품을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차량 할부 금리로 적용하는 구매 프로그램이다. 12~36개월 할부 기간 차량 출고월 1일 기준의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적용해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 이달 구매 시 1월 기준금리인 3.25%를 적용받는 방식이다.
쌍용차도 이달 차종에 따라 무이자 할부와 소모품 교체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등은 선수금 없는 12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월 할부 금액을 구매자가 설계해 최저 20만원대로 낮추는 스마트 맞춤 할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일시불 구매 시 5년간 사용 가능한 130만원 상당 일반 소모품을 지원한다.
쉐보레는 트래버스를 콤보 프로그램으로 구매 시 최대 400만원의 현금을 지원받고 6% 이율로 최장 72개월 할부를 이용할 수 있다. 타호는 일시불 구매 시 300만원의 자동차 등록비를 지원한다. 콜로라도는 현금 구매 시 최대 200만원, 콤보 프로그램을 이용 시 100만원을 제공한다. 이쿼녹스나 타호 등은 재고 차량 구매 시 최대 200만원을 혜택을 준다.
수입차 업계도 저금리와 대규모 할인을 바탕으로 신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BMW는 최저 1%대 초저금리 할부 상품을 출시하며 공격적 판촉전에 돌입했다. 대상 차종은 주력 모델인 5시리즈를 비롯한 X5, X6다. 5시리즈 할부 구매 시 523d와 530e는 1.9%, 520i는 2.9%를 적용한다. X5와 X6는 3~4%대 저금리로 구매할 수 있다.
아우디는 연말 파격 할인에 나선 주력 모델 A6를 대상으로 이달에도 딜러사별로 1500만원 이상의 혜택을 이어간다. 지프도 그랜드 체로키 L를 구매하면 최대 1390만원, 레니게이드는 최대 650만원을 할인해준다.
재고 처분과 고금리가 맞물리면서 올해 신차 프로모션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득 감소와 고금리가 신규 수요를 제한하며 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이 사상 최저 수준이던 전년 대비 1.5% 증가한 172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