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사일에 폭격당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시의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함께 식사 중이던 부모님은 폭격으로 실종됐다.
1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전날 폭격 당한 9층 아파트의 5층에 사는 아나스타샤 슈베츠(23)는 당시 부모님과 점심을 먹던 중이었다.
슈베츠가 식사 도중 잠시 자리를 떠 화장실로 간 사이 미사일이 아파트를 강타했다. 이 충격으로 건물 중간이 붕괴하면서 거대한 틈이 생겼다.
슈베츠가 있던 욕실은 간발의 차이로 폭격을 피한 덕에 무너져내리지 않았지만, 그의 부모가 있던 부엌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폭격 직후 공포에 질려 입을 틀어막은 슈베츠는 추락하지 않기 위해 욕조 등 잔해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구조대를 기다렸다.
이윽고 구조대가 도착해 사다리를 받치고 올라갔고, 그는 녹색 봉제 인형과 크리스마스 장식용 금색 끈을 움켜쥔 채 한 발씩 내디뎌 아래로 내려갔다.
슈베츠가 폭격 직후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구조되기까지 장면은 사진으로 포착됐고, 전쟁의 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슈베츠는 왼쪽 눈 위쪽이 찢어지고 다리가 일부 긁히는 등 상처를 입은 것 외에는 거의 다치지 않았다.
슈베츠는 SNS를 통해 "(정신을 차려보니) 문짝으로 덮여있었다. 부엌과 복도는 날아가 버렸고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 다른 집 현관문이 보였다"면서 "아빠가 실없는 농담을 하고, 다 같이 우리 강아지 사진을 찍고, 엄마가 해주신 국수 요리를 먹고 있었는데..."라고 적었다.
이어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모르겠다"면서 "아무 할 말도 감정도 남지 않았다. 마음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BBC방송은 전날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드니프로에서 9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최소 30명이 숨지고 44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