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총판 팀장 A씨는 배달 플랫폼을 이동하며 그간 쌓여온 배달비를 출금하기 위해 만나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출금대상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라는 문구와 함께 로그인에 실패했다. 팀장뿐만 아니라 라이더와 가맹점(식당)의 출금 계정도 막혔다. 해당 총판 라이더는 만나 본사로부터 “해당 본사 및 소속 총판은 만나플러스와의 플랫폼 사용 계약 위반 및 채무 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지됐다”며 “해당 제휴 본사 및 소속 총판에서 가맹점, 배송원의 페이(예치금, 적립금)을 임의로 횡령할 가능성이 매우 커 피해를 방지하고자 페이 출금 정지 조치를 취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결국 라이더와 가맹점에서 6000만원가량의 자금이 동결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만나가 플랫폼을 이동하려는 일부 배달 총판의 라이더와 식당 출금 계좌를 동결했다.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했으나 배달비 출금이 불가한 상황이다. 식당 또한 선입금 해놓은 배달료를 뺄 수 없는 상태다. 만나는 이에 대해 총판의 타사 이동에 따른 횡령이 발생할 수 있어 계좌를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만나 관계자는 “총판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라이더와 가맹점의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모두 본인의 계좌로 옮긴 후 출금할 수 있어 계좌를 동결한 상태”라며 “만나 시스템에 따라 총판 계좌만 동결할 수 없어 하부 계좌인 라이더와 가맹점 계좌까지 동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만나와 총판 간의 계약서 제12조에 따르면 '총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플랫폼 내 계정이나 페이를 이용한 범죄행위 등 부득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해야 하는 경우 서비스 일부를 제한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해당 계약은 총판과 만나 사이의 계약으로 개별 라이더, 음식점의 프로그램 이용을 제한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판의 계좌는 동결할 수 있으나 라이더와 가맹점의 계좌까지 동결하는 것은 업무상 횡령죄 및 업무 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석 법무법인 화평 변호사는 “예치금의 경우 개별 기사나 음식점의 소유로서 만나에게 타인의 금전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며 “라이더와 음식점의 페이를 고의로 지급 정지한 것이라면 타인 소유의 금전을 반환 거부한 것으로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하며 업무 방해죄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나와 총판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며 라이더와 식당 점주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다수 라이더는 만나 본사에서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한 라이더는 “만나에 전화를 해봤으나 프로그램 상의 이유로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만나는 “현재 출금 요청한 라이더 5명과 가맹점 3곳에 대해 가상 총판을 만들어서 페이 적립금 출금을 진행한 상황”이라며 “추가로 배달비가 묶인 라이더와 가맹점의 접수를 받아 빠른 시일 내로 정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