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차세대 전력 반도체 사업 추진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그룹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줘 주목된다. 한화는 방산, 에너지, 화학이 주력으로 그동안 반도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시나브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보폭을 넓혔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비전넥스트다. 비전넥스트는 한화테크윈 시스템온칩(SoC)팀이 2021년 11월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다. 한화 CCTV에 들어가던 시스템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만들다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비전넥스트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퀄컴, LG전자 출신 우정호씨를 대표로 영입했다. 비전넥스트가 가진 영상 분석 기술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LG전자와 차세대 로봇 솔루션 개발 협력을 맺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한화의 또 다른 반도체 사업 진출 사례로 한화엔엑스엠디(NxMD)도 있다. 한화솔루션 자회사인 한화엔엑스엠디는 한화가 삼성전기에서 와이파이 모듈 사업을 인수해 만든 곳이다. 인수 배경에 관심이 높았는데, 업계에서는 통신용 반도체를 활용한 사업 진출 가능성을 점쳤다. 회사의 사업목적에는 △전자, 전기, 기계기구 △산업 제품, 자동차 관련 부품, 전장품 △반도체와 관련 제품 등이 적시됐다.
특히 삼성전기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 당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해온 황정욱 사장, 장세영 부사장, 구경하 상무 등 삼성 무선사업부 인력이 대거 한화 쪽에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엔엑스엠디는 통신 반도체 모듈 뿐만 아니라 전력 반도체도 신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세영 대표를 중심으로 그룹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여기에 한화솔루션의 질화갈륨(GaN) 고출력 전력 반도체 사업 추진, 그리고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제조장비까지 포함하면 한화가 반도체 산업에서 발을 담고 있는 영역은 적지 않다.
한화가 반도체 사업에 공들이는 건 그룹 내 시너지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CCTV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SoC를 만드는 것처럼 그룹 주력인 방산을 위해 GaN 고출력 전력 반도체를 검토하는 것이다. 일례로 GaN 기반 전력증폭소자를 만들면 단시간 내 고강도 에너지를 발산하는 레이다 등을 상용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미중 기술패권 경쟁 등 영향으로 첨단 기술, 특히 반도체가 안보자산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핵심 반도체가 없으면 방산 제품들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는 나아가 태양광, 도심항공교통, 우주 등 그룹 미래 먹거리에도 반도체가 중요해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 시스템 속 에너지 변환이나 UAM 등이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성능·고효율 반도체가 필수기 때문에 한화솔루션뿐만 아니라 한화엔엑스엠디에서도 전력 반도체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는 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반도체를 사업화하려는 대기업이 많다”며 “한화가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가 특히 강해 스터디가 어느 정도 끝나면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