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셈법이 복잡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나경원 전 의원 관계가 사실상 결별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반사이익 행방을 두고 당권 주자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기현 의원 측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반면 안철수 의원 측은 양자대결 구도 성립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지지율 추이면에서는 김 의원이 선두다. 지난주 캠프 발대식 이후 광폭행보를 보이며 빠르게 차기 당 대표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4~16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은 여당 지지층에서 35.5% 지지율을 기록하며 차기 당 대표 적합인물 1위에 올라섰다. 뒤를 이어 나 전 의원이 21.6%로 2위, 안철수 의원은 19.9%로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유승민 전 의원(7.4%), 황교안 전 대표(3.7%), 조경태 의원(2.5%), 윤상현 의원(1.5%) 순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선 조사에서는 줄곧 나 전 의원이 1위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최근 친윤(친윤석열)계와의 갈등으로 당 주류에서 멀어지는 모습이 연출되며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김 의원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여파로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설령 나 전 의원이 강행 출마를 결정하더라도 현재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당내 일부 소문으로만 돌던 부동산 투기 리스크를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개적으로 의혹 제기 한 점도 부담이다. 홍 시장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5월 검증과정에서 건물 투기 문제가 나왔다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것부터 해명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냐”고 나 전 의원을 압박했다.
관심은 그동안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표의 향방이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 중에서는 양강구도를 그리고 있는 김 의원과 안 의원에게 표가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 측은 보수당 정통성 측면에서 나 전 의원 지지층의 다수 표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최근 친윤계와의 갈등 상황에서 지지를 얻었던 만큼, 비윤계 지지자들의 표가 다른 후보에게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의원 측은 결선투표와 양강구도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SNS에 폴리뉴스와 에브리뉴스가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16일 발표한 당 대표 결선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올리며 1대1 대결에서는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을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어려워 보이며 출마를 한다 해도 의미있는 결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 “관심은 나 전 의원 지지표의 향방으로 친윤과 비윤의 복합적인 부분이 있었던 만큼 김 의원과 안 의원 양쪽으로 분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