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C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국토교통부 정책에도 나온다. 시설물을 건설하는 기존 방식은 자재, 장비, 노무 등 모든 자원을 현장으로 가져와서 가공·제작·설치 등 시공 전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OSC는 시설물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현장이 아닌 다른 곳, 특히 공장과 같이 생산환경이 안정적인 곳에서 미리 제작하고 이를 현장으로 가져와서 조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공장에서는 최대한 미리 만들고 현장에서는 시공 작업을 최소화하는 시설물 건설 방식이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과거부터 사전제작(pre-fabrication) 공법이라는 이름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사전제작 공법이 시설물의 극히 일부에 국한돼 있었다면 OSC는 상당 부분을 이런 방식으로 건설, 생산방식 전반의 모습이 바뀌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OSC 방식은 건설생산방식의 혁신이라 생각한다.
OSC 방식은 시설물의 주요 구조부를 어떤 재료로 만드는가에 따라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방식, 경량철골 방식, 목재 방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PC와 경량철골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경량철골 기반의 입방형(volumetric) 모듈을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현장에서 쌓아 올리면서 조립하는 방식을 모듈러 공법이라 부르고 있는데, 최근에 공동주택 건설에 시범적으로 적용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주거성능 등에서 상대적 우수성을 인정받는 PC 기반 OSC 방식은 싱가포르나 일본에서는 경량철골 방식보다 더 널리 도입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술의 고도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OSC가 생산방식의 혁신이라면 성과는 당연히 혁신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 근거를 기존의 현장생산 방식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PC 방식의 경우 골조공사 투입 인력은 최대 60% 이상 감축할 수 있고, 골조공사 기간은 최대 50%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경량철골 방식의 경우 전체 현장투입 인력의 약 50%를 감축할 수 있고, 전체 공사기간의 30% 정도를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OSC화 수준을 높여 공장생산 비중을 늘리면 늘릴수록 하자 발생 등 품질문제 염려를 줄일 수 있다. 공장에서 품질이 관리되기 때문에 현장 작업자의 손끝에서 품질이 좌우되는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노동력 부족과 해외 미숙련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장투입 근로자 수의 감소에 비례해서 현장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부가적이지만 너무나 큰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게다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 OSC 방식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런데 OSC로 가는 길을 더욱 활짝 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표준화다. OSC 방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연구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표준화된 부재를 기반으로 표준적인 설계와 시방이 적용될 때, 자재 또는 부재의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고, 공장생산과 현장조립의 생산성 향상도 극대화될 수 있다.
표준화 수준이 낮으면 시설물 생산과정을 현장에서 공장으로 장소만 옮긴 것에 그칠 뿐 극적인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어느 정도 표준화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공장 가공 및 제작 과정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과 기계화 내지 자동화를 위한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가 요구된다. 아직은 현장 작업을 공장으로 가져온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현장의 생산성 향상은 분명하지만 공장에서의 생산성까지 감안한다면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은 아직 미흡하다 할 수 있다.
셋째 시공 오차 등 품질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개별적인 부분품 또는 모듈의 공장제작 허용 오차와 함께 이들이 현장에서 조립될 때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오차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장에서의 품질 확보는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나아가 오차 보정 기술의 개발도 필요하다.
넷째 공장 및 공장 생산 과정에 대한 품질인증 체계가 필요하다. 현장생산 방식에서의 품질관리 절차와 품질검측 기준 등은 잘 정착되어 있지만 공장제작 단계와 관련해서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OSC는 기존의 건설생산방식에 비해 확실히 혁신적이다. 그래서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이름은 다를지 몰라도 이러한 방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상 최대 건설사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도 OSC 방식의 도입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OSC가 건설생산방식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를 생각하면 빠른 속도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고, 국토부도 그런 방향으로 기술개발과 제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산업 종사자와 건설 관련 기업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스스로 진화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myazure@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