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현대 각국의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대표적인 고등교육기관이자 모든 학문의 전당, 여러 학문 분야를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동서양과 시대 흐름 속에서 형태는 다르지만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기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에 대학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사교육에 천문학적 돈이 흘러가고, 사교육의 목표는 아이가 어느 대학에 가느냐다. 그러나 이제 대학 자체보다 무엇을 하느냐에 의미가 있고 정보기술(IT)이 대우 받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컴퓨터·로보틱스 등 학과, 국내에서는 의대에 가느냐가 성공 지표가 되고 있다. 한 단계 나아가 해외의 성공 기업인은 대학 무용론에 대해 부르짖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런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
예전 대학의 위상과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해외에서는 기존의 대학과는 다른 체계인 미네르바 스쿨 등의 혁신 교육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정말 사라질 것인가. 만약 형태의 영속성을 묻는 것이라면 사라질 수도 있다.
세상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이 없듯 현재의 대학 또한 그 존재가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형태가 없어질 뿐 앞에서 말한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본질, 다른 누구보다 앞서서 알고 더 알고 싶다는 열망과 호기심을 통한 탐구욕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즉 고등교육이라는 틀에서 대학은 형태를 달리할 뿐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르게 진화·발전할 것이다.
민간 영역에서 대학 무용론 논의를 뛰어넘어 해외 유수 대학은 자체적으로 많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학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싱가포르를 비롯해 동남아 주요 대학까지 초기 대학에 있던 교육 기능 및 연구 중심 대학에서 창업과 투자라는 화두로 창업생태계를 직접 주도하고 있다.
각 대학은 그들이 보유한 연구성과 기반 기술 창업을 독려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창업과 관련해 영국 옥스퍼드대의 옥스퍼드 유니버시티 이노베이션(Oxford University Innovation)이 대학 소유의 지식재산을 활용한 창업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UU holding AB'는 창업 관련 자회사를 통해 창업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내부 창업뿐만 아니라 외부 기업에 대한 투자 활동 또한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예일대·스탠퍼드대·프린스턴대·매사추세츠공대(MIT)는 대학별로 30조원 이상의 대학자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타 투자 운용사와 비교해서도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 6월 말 기준 △하버드대 발전기금 532억달러(약 69조7000억원) △예일대 발전기금 423억달러(54조8000억원) △스탠퍼드대 발전기금 378억달러(49조5000억원) △프린스턴대 발전기금 377억달러(49조4000억원) △MIT 발전기금 277억달러(36조3000억원)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중국과 심지어 우리가 보수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에도 4개 대학에 국가에서 1조원의 자금을 출연, 대학의 투자 활동을 독려하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이 기업 창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투자활동을 전개하는 이유는 대학 교육과 연구를 통한 산출물이 사회의 부가가치에 기여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그 부가가치가 부로 연결돼 대학의 독립성을 갖출 수 있는 재원으로 선순환돼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에서는 이렇듯 대학이 민간 영역에 뒤지지 않거나 앞서는 상황으로 역량을 길러 내고 성과를 내고 있다면 한국 상황은 어떠한가.
2008년 산학촉진법 제정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대학 내 연구비 관리를 위한 산학협력단을 설립, 산학협력단이 실질적인 사업적 이익을 얻기 위한 대학기술지주를 설립할 수 있는 법률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렇게 탄생된 대학기술지주는 법령상 주식회사 형태로 본계정(자기자본 투자)을 통한 자회사를 설립해서 대학 기반의 수익 사업을 실행하고 투자 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해서 해당 조합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실질적인 투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기술지주가 탄생해 2022년 6월 기준 총 78개 대학기술지주가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106개 대학의 참여로 투자기관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각 대학 내 기술지주는 독립적 생존과 발전을 해나가야 하는 상법상 주식회사로 창업과 투자를 통해 대학을 통한 창업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대학을 통한 창업과 투자 활동이 민간 영역과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며, 대학에 있는 시대적 소명이 왜 진화되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존 민간 투자사의 경우 긍정적 요소가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시장 자본주의에 충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 시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는 투자하는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을 얼마나, 즉 얼마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하는 고려다. 두 번째는 투자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을 어느 시점에,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 다른 사항이 존재할 수도 있으나 투자사들은 자금을 유치하고 해당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기에 위에 두 가지를 절대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전체 사회의 부가가치를 저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장 논리와 사회 이익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투자 행위도 필요하다. 이는 기존 시장논리에 따른 투자사에서는 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물론 이 또한 투자라는 행위 자체가 실직적인 이익을 수반해야만 한다는 점이기 때문에 앞의 2가지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부가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시대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스타트업에 주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영역의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코로나19로 촉발된 대전염병,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정치 긴장 상황,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제 문제, 에너지 자원 문제 등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 그 어느 시기 보다 우리는 많은 위기사항을 경험하고 있다. 그 상황에 더해 한국은 남북문제, 양극화, 정치이념 등의 고착화된 문제 이외에도 저출산율과 성장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크나큰 문제점을 겪고 있다.
이렇듯 세상의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 새로운 창조자인 스타트업에 있다. 예전보다 진보한 기술적 연계와 복잡도 속에서, 그 창조자를 위한 새로운 창업생태계에서 대학은 주요 역할을 해내야 한다.
대학은 인류를 위해 진화해야 하며,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대학의 시대적 소명은 그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진화해야 한다.
필자는 대학의 시대적 소명 변화를 절실히 느끼며, 그 진화에 앞장서야 하는 기술지주에 대한 이야기와 기술지주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스타트업 및 향후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moksh@snu.ac.kr
〈필자〉
목승환 대표는 서울대에서 재료공학과 경제학을 전공, SK커뮤니케이션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을 경험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스타트업 창업과 자금회수(EXIT)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에 입문했다. 공공 영역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결심으로 대학 기술지주에 입사해서 2020년 내부 승진으로 대표직을 맡고 있다.
2017년 서울대STH 제1호를 시작으로 창업초기 벤처조합, 핀테크혁신 벤처조합 등 모태펀드, 성장금융과 외부 출자자가 연계된 9개 펀드, 민간으로 구성된 성과 공유 기부형 펀드를 비롯한 총 10개의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100여개의 스타트업에 주도적인 투자를 진행하였으며, 다양한 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스타트업들을 성장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