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 사업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롯데헬스케어가 투자 및 사업 협력을 제안하며 접근한 뒤 사업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알고케어 사업 아이디어를 빼내 유사 상품을 내놓았다는 의혹이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년 전 투자 및 사업 협력을 제안했던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 사업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껴 제품을 개발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초 열린 'CES 2023'에서 알고케어 제품을 본 관람객 중 한명이 '롯데헬스케어 제품과 똑같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에 정 대표가 롯데헬스케어 부스를 방문했더니 자사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낀 '캐즐'을 전시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간 협력 논의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대표는 2021년 9~10월 투자 등을 제안한 롯데벤처스 및 롯데헬스케어와 몇 차례 미팅을 가졌다. 당시 롯데헬스케어는 제품 개발 의사가 없고 자사 플랫폼에 알고케어 제품을 도입하는 등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헬스케어가 투자 명목으로 알고케어가 개발 중인 카트리지 방식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션 엔진'과 사업전략 정보를 요구해 제공했다.
정 대표는 “비밀유지계약서(NDA)를 체결하자고 요구하자 롯데헬스케어 측은 법인이 '설립되지 않아 NDA를 체결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롯데핼스케어는 2021년 10월 입장을 바꿔 '알고케어에 라이선스피를 줄테니 롯데헬스케어에서 론칭할 자체 제품을 만들겠다'고 요구했다. 정 대표는 알고케어 브랜드로 판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력 논의는 중단됐다.
알고케어 제품은 영양제 카트리지가 장착된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에서 개인별 맞춤 영양조합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정 대표는 서비스 유사성, 디스펜서 형태, 디스펜서-카트리지 구조, 토출 방식, 카트리지 형태, 영양제 제형, 건강 진단(AI) 등을 들어 롯데헬스케어 기술 탈취를 주장했다. 디스펜서 카트리지의 경우 여러 개 영양제 카트리지를 결합하는 동일한 구조이며, 카트리지를 디스펜서 상단에서 거꾸로 꽂아 넣어 토출하는 구조도 똑같다는 설명이다. 토출 방식 역시 LED 점등과 함께 영양제가 기기 중앙 구멍에서 배합돼 정해진 양이 토출되는 구조인 점도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카트리지도 세로 길이 차이 이외에 구조와 원리가 동일한 제품이라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설명자료를 통해 “알고케어와 투자 논의가 종료된 이후 사업방향에 맞는 자체 디스펜서를 제작하기로 했고, 롯데그룹 계열사인 캐논코리아에 작업을 의뢰했다”면서 “캐논코리아는 시중 약국에서 사용하는 '전자동 정제분류 및 포장시스템 기계'를 참고해 디스펜서와 카트리지를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알고케어가 첫 CES에 참가했던 2021년 이전부터 해외에선 개인 맞춤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고, '필 디스펜서'를 활용해 섭취하도록 하는 모델이 소위 '정수기'처럼 일반적인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알고케어 사업방향성이 자사와 맞지 않았다는 설명도 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 '4㎜ 이하 비드렛(Beadlet)' 형태가 독창적인 만큼 시중에 있는 다양한 기성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사업 초기부터 오픈형 디스펜서를 추구했기 때문에 알고케어와 반대로 알약 제형에 상관없이 어느 제조사에서 만든 것도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필키'를 설계해 CES 2023에서 선보였다”고 밝혔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