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에서의 모든 기록은 데이터센터 서버에 저장된다. 데이터센터가 현대인 기록의 방주(方舟)이자 필수 인프라 역할을 맡은 만큼 위기 상황으로부터 데이터센터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초연결사회를 마비시켰고,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데이터센터 관련 사고가 이전에도 발생한 바 있고, 효과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증권사의 주 데이터센터 시스템 전력 공급이 집중호우로 마비되면서 15시간 동안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지난해 11월에는 가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전원장치 장애가 발생, 입주사 피해를 낳았다.
당시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데이터센터 관리의 취약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만큼 다량의 고객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IT·금융권 기업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재해복구시스템'(Disaster Recovery System)을 선제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사고 이후 많은 기업이 화재나 지진, 전쟁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데이터와 서비스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국내 소재 데이터센터 대상 집중 점검에 나섰고,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미 화재나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수 기업이 서비스 장애 대처 훈련을 통해 대응 기술을 시험하고, 실제로 가동이 중단되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도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재해 복구 테스트 연습을 매년 시행하거나 메인 데이터센터와 동일한 건물을 원격지에 마련하고 곧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재해 복구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제어 불능 상황을 제시해서 돌발 상황을 맞아 원활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숭이 부대'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 또한 언제든지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발휘해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기술적으로 개선 가능한 실효성 높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전 단계에서부터 전문 기업이나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재해 예방 컨설팅 기반의 시설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잠재적인 사고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운영을 위한 본허가를 획득한 FM글로벌은 세계 기업의 상업용 자산에 대한 재해 회복력(Resilience)을 최고의 가치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축적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서 전 세계 글로벌 데이터센터 대상 최상위 수준의 사고 예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 가동 중단 사례와 FM글로벌의 컨설팅 현황 등을 통해 미루어 볼 때 앞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고 예방 컨설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국내 기업은 앞으로 시설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히 검증된 사전 컨설팅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시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 이제는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심용주 팩토리뮤추얼인슈런스컴퍼니 한국 지점 대표 YongJu.Shim@fm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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