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보다 가격은 10분의 1로 낮추면서 고성능·소형화까지 이룬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라만 분자 진동 영상기술(CARS)'을 개발했다. 암과 종양 조기진단에, 신약 개발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방승찬)은 세계 최초로 펨토초 레이저를 반도체 발광소자(다이오드) 결합 방식으로 제작, CAR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펨토초 레이저 CARS 현미경은 펨토초 단위로 분자 움직임을 관찰하는 장비다. 서로 다른 두 빛을 동시 조사해 표적 분자가 진동할 때 발생하는 빛 주파수 차이를 영상화하는 원리다. 형광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관찰시간 제한이 없고, 형질 변화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병변이 생기기 전, 조기진단에 쓸 수 있다. 다만 외산 CARS 현미경은 레이저 두 대로 구성돼 가격이 10억 원대로 비싸다. 크기도 책상 두 배 정도로 크다.
연구진은 핵심이 되는 레이저 기술을 수백만원대 가격으로 개발해 상용화 가격을 10% 이내로 현저히 낮췄다. 레이저 한 대로 현미경을 구성할 수 있게 해 크기도 기존 절반 이하로 줄였다. 상용화 시 노트북 두 배 정도로 현미경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이를 활용한 영상기술은 1024×1024 픽셀 해상도에서 초당 7.5프레임 스캔 속도를 나타냈다. 외산 기술 대비 해상도가 4배 수준이다. 영상해석 속도도 4배 빨라 샘플을 즉시 볼 수 있고 끊김 없는 영상분석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또 새로운 스캔 거울(공진-갈바노 스캔 거울)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라만 분자 진동 영상 획득시간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다수 특허를 출원했으며 '옵틱스 익스프레스' 저널에도 최근 CARS 성과가 게재됐다. 펨토초 레이저 기술은 2021년 같은 저널에 실렸다. ETRI 연구소기업인 블루타일랩에 지난해 기술출자를 진행해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송동훈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박사는 “저비용 펨토초 레이저 한 대로 비선형 라만 분자 진동 영상을 구현한 것”이라며 “실시간 영상 구현 및 제작비용 절감으로 상용화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여민경 충남대병원 병리과 교수도 “ETRI 개발 기술은 종양 조기진단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질환 원인 분석, 신약 분석 등 다양한 의료현장에 활용돼 미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양 조기진단 및 정밀치료를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핵심 기술 개발' 과제와 '뇌 및 척수 질환 대상 재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의료 지능화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제로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