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사가 알뜰폰 시장 진입을 서두를 전망이다. 금융사가 이동통신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금융·통신이 결합된 혁신 상품을 내놓고 경쟁이 강화되는 등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거대 자본과 경쟁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최근 지난해 출시한 KT와 제휴 알뜰폰 요금제 프로모션을 다시 올해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KT는 지난해 KT망을 사용하는 KT 엠모바일, 스카이라이프, 스테이지파이브, 세종텔레콤과 4개 사업자의 제휴 요금제 12종류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인 쏠(SOL)을 통해서 가입페이지로 연결된다.
신한은행은 사실상 알뜰폰 시장에 간접 진출한 셈이다. 실제 이통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이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앞두고 알뜰폰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미 금융사는 알뜰폰 시장 진출을 위한 상당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대리점이라는 오프라인 유통망뿐만 아니라 탄탄한 온라인 유통망 역할을 할 수 있는 앱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사용률도 높다. 요금 청구, 수납 등도 기존에 금융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통사 망도 금방 활용할 수 있다.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도매 협약을 맺으면 90일 이내에 망을 제공해야 한다.
금융사가 이처럼 알뜰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단지 이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금융에 이어 통신 데이터 확보를 시도해 이를 고객 정책 및 상품 구성 등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외에도 이통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금융 상품에 대한 판매도 확대할 수 있다. 실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에 진출한 KB리브엠은 이통상품과 금융상품의 다양한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한 마케팅이 알뜰폰 중소 사업자에게는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신한은행과 KT가 선보이는 요금제는 할인 및 경품 공세를 펼치고 있다. KT엠모바일의 '신한 모두다 맘껏 11GB+'는 3만3900원에 데이터 월 11GB를 비롯해 하루 2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한다. 신한 모두다 맘껏 7GB+는 2만900원에 월 7GB(소진시 최대 1Mbps)의 데이터와 지니뮤직 모바일 스트리밍클럽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50GB, 30GB데이터 쿠폰과 커피쿠폰까지 제공한다.
이에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등은 금융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비해 정부가 나서 강력한 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요금 프로모션도 사실상 알뜰폰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과정 중 하나라고 보여진다”며 “무조건적인 경쟁 유도는 오히려 중소 사업자를 사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사의 알뜰폰 진출 찬반 의견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