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농심 라면 전수조사 촉구..."발암물질 소비자 불안 급증"

소비자단체, 농심 라면 전수조사 촉구..."발암물질 소비자 불안 급증"

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 유해물질 검출 사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심이 지난해 11월 생산해 대만에 수출한 해당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돼 수출 중단과 전량 폐기 결정을 받으면서다.

19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서를 내고 “제품 안전성 문제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급증하고 있다”며 “식약처가 나서 시판 중인 모든 제품의 안전성 검사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식약서·TFDA)는 수입된 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 대한 잔류 농약검사에서 발암물질 '에틸렌옥사이드'(EO) 0.075㎎/㎏이 스프에서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현행법 상 잔류농양 허용 기준을 ㎏당 0.02㎎ 초과한 수치다.

에틸렌옥사이드(EO)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에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분류한다. 미국 독성물질관리 프로그램상 'K등급'으로 인체 발암 원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주로 살균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중추신경이나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농심 측은 “검출된 물질은 EO가 아니라 2-CE(2 클로로에탄올)이며, 2-CE는 발암물질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대만 식약서가 2-CE 검출량을 EO로 환산해 EO의 수치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2-CE은 EO의 대사 산물로 피부에 흡수될 경우 독성이 있지만 발암물질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회는 “'2-CE'도 상온에서 쉽게 증발하며 증기를 흡입할 경우 독성 증상을 일으킨다. 또한 중독되면 구역과 구토, 위장관 출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도 2-CE 기준규격을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은 30㎎/㎏ 이하, 이유식 등 영유아를 섭취대상으로 하는 식품은 1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유럽은 2-CE를 EO와 구분하지 않고 합산해 0.02~0.1ppm을 초과하면 유통을 금지한다.

EO가 2년 전에도 반복 검출됐다는 점도 안전성 논란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농심은 지난 2021년 유럽 수출용 라면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하는 EO가 검출돼 판매를 중단한 바 있고 같은 해 3월에는 이탈리아 보건당국에서도 '신라면 김치'에서 EO의 관련 성분 '2-클로로에탄올'이 초과 검출돼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소비자주권회는 “식약처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제품들을 전수조사하고, 제품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제조사에 대한 과징금 부여, 영업정지 등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