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업계에서 대규모 '감원' 바람이 거세지만 애플은 무풍지대라 주목된다. 앞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전사적 감원을 발표한 바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다른 빅테크 기업과 달리 애플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하지 않는 이유로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실용 경영 방식을 지목했다.
애플은 부차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는 보수적이었다. 핵심 사업이 아니면 비용과 돈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신규사업 '문샷'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글, 최첨단 연구팀을 운영하는 아마존이나 MS, 메타버스에 역량을 쏟고 있는 메타와 비교된다.
애플 사업 구조가 다른 빅테크와 차별화되는 것도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지 않은 이유다. 애플은 광고가 아닌 휴대전화와 태블릿PC, PC 판매로 수익을 창출, 광고 산업 영향이 크지 않다. 많은 스토어를 소유해 운영하지만 거대한 창고와 물류 허브 네트워크를 갖춘 아마존과 비교하면 물리적인 공간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술 자문·연구사 무어 인사이츠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수석분석가는 애플이 아이폰 등 제품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애플은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 덕분에 스마트폰 수요 변화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작년부터 빅테크 기업 정리해고 규모가 20만명에 달하지만 애플은 이런 흐름에서 비껴나 있다며 그 비결로 “고용 군살과 공짜 점심이 없어서”라고 짚었다.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간 애플의 인력은 20%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구내식당에서 직원 식사를 푸짐하게 챙겨주는 다른 기업과 달리 애플은 공짜 점심도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아마존은 인력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메타는 94%, 알파벳과 MS는 각각 57%, 53% 직원 수가 증가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애플도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분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분석가는 “애플은 빠르게 성장하지 않거나 쿡의 우선순위를 반영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인력을 줄일 것”이라며 “전체 PC 부문 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라 맥 컴퓨터 부문이 감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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