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녹·청 하나로"…루멘스 'RGB 원칩' 모노리식 마이크로 LED 개발

에피웨이퍼 한장에 구현
전사공정 3분의 1로 단축
비용 절감·생산성 크게 높여
TV·XR시장 겨냥 상용화 추진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의 활용도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 국내 개발됐다. 기술적 난도로 지지부진했던 마이크로 LED의 대중화가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루멘스는 마이크로 LED용 모노리식(Monolithic) 적녹청(RGB) 에피웨이퍼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에피웨이퍼는 빛을 내는 발광층이 형성된 기판으로, 루멘스 기술은 RGB를 한 장의 웨이퍼 상에 쌓아 올린 것이 특징이다.

LED는 통상 에피웨이퍼 위에 형성된 발광층에 전극을 연결하고 이를 개별적으로 잘라내 사용한다. 전극까지 연결해 따로 쓸 수 있게 만든 것을 LED 칩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LED 칩은 한 가지 색만 낸다. 에피웨이퍼 상에 적색(R)이나 녹색(G), 또는 청색(B)을 내는 층을 한 개만 형성하기 때문이다.

루멘스 기술은 이런 방식과 달리 하나의 에피웨이퍼 위에 RGB를 동시 구현했다. 적색(R), 녹색(G), 청색(B) 층을 한꺼번에 쌓아 올려 '원-칩(One-Chip)'화한 것이다. 루멘스 관계자는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었다는 뜻에서 '모노리식'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전했다.

기존 마이크로 LED와 루멘스 모노리식 LED 전사 공정 비교.(자료=루멘스)
기존 마이크로 LED와 루멘스 모노리식 LED 전사 공정 비교.(자료=루멘스)

RGB를 쌓아 얻는 효과는 활용성과 생산성 개선이다. 일례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제조의 획기적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수백만개의 마이크로 LED 칩으로 만들어진다. 디스플레이의 최소 단위인 픽셀(화소)을 만드는 데만 R, G, B칩 3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 수백만개를 사용하면 제조 단가가 비싸지고 붙이는 일(전사)도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원칩화를 통해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픽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세 번의 전사 과정이 필요했으나 한 칩에서 R·G·B를 내기 때문에 한 번이면 된다”고 설명하고 “웨이퍼도 한 장으로 줄여 생산 단가 인하, 공정 시간 단축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멘스는 이번 기술 구현을 위해 적색 LED 소재를 바꿨다고 부연했다. 기존 마이크로 LED의 적색은 갈륨아세나이드가 포함돼 있었다. 이 성분은 청색과 녹색 재료와 성질이 크게 달라 다루기가 예민하고 쌓기가 어려웠다.

루멘스는 이에 적색 LED 소재를 인듐갈륨나이트라이드(InGaN) 계열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인듐갈륨나이트라이드 소재가 포함된 적색 LED는 청색과 녹색 LED와 같은 재질이어서 다루기가 쉬워지고 원칩화에도 유리하다.

루멘스는 마이크로 LED 에피웨이퍼가 마이크로 LED TV와 확장현실(XR) 기기 구현에 유용할 것으로 보고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멘스는 국내 LED 업계 1세대 기업이다. LCD TV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주로 만들었다. 시황 악화로 최근 부침을 겪다가 본사 토지 매각과 자회사 구조조정 등을 통해 흑자를 다시 끌어냈다. 마이크로 LED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