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한 우주전파망원경용 초소형 3채널 수신기가 유럽 수출과 동시에 국제표준으로 등극했다. 글로벌 우주 주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탈리아 국립 전파망원경 3기에 초소형 3채널 수신기(CTR)공급을 완료했다. 앞서 천문연은 2020년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연구소(INAF)와 약 37억원에 납품 계약을 한 바 있다.
납품이 완료된 초소형 3채널 수신기는 전파망원경에 들어가는 장비다. 18~26㎓, 35~50㎓, 85~116㎓의 광대역 3개 채널을 수신해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22㎓, 43㎓, 86㎓, 129㎓ 4채널 동시 관측 수신시스템을 면적 10분의 1크기로 줄여 만든 시스템이다.
과거 밀리미어파와 같은 높은 주파수의 대역은 관측이 힘들었다. 하지만 천문연이 국내 기술을 활용해 4채널 동시 관측시스템으로 이를 가능하게 만들자 국제 사회 공급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천문연은 수출 등에 용이하도록 초소형 3채널 수신기를 추가 개발했다.
초소형 3채널 수신 기술은 이제 국제표준으로 거듭났다. 이에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이를 참고로 전파망원경용 수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 노력으로 세계 각국이 우주 전파 수신 방법과 데이터 처리 등을 통일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 세계 여러 국가의 우주 데이터를 합성하는 과정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 내 다양한 국가가 3채널 수신 기술을 전파망원경에 구축할 경우 앞으로 우리나라가 운영 중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연결해 공동 관측 등도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경우 지구 반경크기 만큼의 우주 전파를 관찰하는 게 가능해진다. 고감도, 고분해능으로 블랙홀 및 우주 초미세 구조의 별과 은하에 대한 관측연구도 훨씬 수월해진다.
한석태 천문연 박사는 “우리나라 전파천문학이 1986년에 시작됐는데 약 35년 만에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고도화가 됐다”며 “천문학 국가 중 후발 주자였지만 3채널 수신 기술을 널리 전파함으로써 글로벌 전파천문학 연구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