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대표의 UX스토리]〈1〉경험의 시대와 아바타

[김인숙 대표의 UX스토리]〈1〉경험의 시대와 아바타

두둥! 드디어, 드디어 10년 동안 기다려 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 2'가 개봉됐다. 호불호가 나뉘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디자인을 전공한 내게는 놀랄 만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첨단 그래픽을 통한 특수효과를 구사했지만 전문 기술을 느낄 틈 없이 영화 속 물의 세계로 푹 빠져들었다.

등장인물은 사람과 비슷한 외형이지만 파랗고 투명해 보이기까지 한 피부, 요정과 같은 큰 귀를 내 손 끝으로 만져 보고 싶었다.

끝이 없는 푸른 바다를 헤처가는 고생 생물의 모습을 한 툴쿤은 1000년 전 시간을 끌어 온 듯하고 출렁이지만 그들만의 율동으로 움직이는 바닷속 생물들, 해가 없는 어두운 바다 밑바닥은 빛을 발하는 식물들로 인해 어둠이 없는 신비한 세상을 만들어 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너무나 생생한 경험으로 남아 있어 누군가에게 글로, 말로 영화를 공유하기 어렵다. 나는 신비로운 아바타 세상을 경험하고 온 것이다.

헝가리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우리가 어떤 일에 몰두하고 빠져 있어서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는 상태를 '몰입 경험'이라고 했다. 영어로 'flow'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flow는 물이 쉼 없이 흘러가는 상태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이며 편안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으로 이 단어를 끌어오면 우리가 어떤 일을 몰입하고 있을 때 주변을 인지하기 어렵고, 내가 일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알아채지 못한 채 빠져 있고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태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행복한 심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쉬운 말로 '무아지경'인 것이다.

영화 '아바타'는 내게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어떤 순간에는 그곳 바다 세상을 보고 왔다는 착각을 하게 했다. 나는 그저 극장을 갔을 뿐인데 그곳에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했고, 영화의 '가치'를 충분히 알 수 있게 했다.

주변에 많은 경험 사례가 있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새로운 라면을 후루룩 한 입 먹었을 때 유난히 쫄깃한 식감이라면 당연히 카트 속으로 새로운 라면이 들어간다.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에어컨을 사러 갔다면 우리는 눈으로만 둘러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내게 맞는 섬세한 기능이 있는지 그 기능을 리모컨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직접 만져보고 조작해 보면서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직접 매장에 가서 제품을 살 수 없다면 사용 후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난 후 제품이 어떻게 좋고 나쁨을 느꼈는지에 대한 경험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경험 공유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된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러한 사용 후기는 중요한 요소이며 개인블로그나 SNS에서 공유되는 의견은 자신의 경험을 서로가 공유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경험 시대를 살고 있다.

상품 구매 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조차도 경험을 중요시한다. 가상세계의 메타버스는 새로운 이름과 외형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세상에서 활동하며 의상, 아이템을 구매하고 나를 변경할 수 있다. 온라인의 가상 세계 경험은 메타버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 모든 은행이 우리를 은행 창구로 오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 속으로 점포가 이동하면서 더 높은 금리 우대를 해 줄 테니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오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내가 경험한 은행업무 처리는 매우 간단했다. 순서표를 뽑고, 창구 앞에 앉아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창구직원에게 요청만 하면 그들이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점포는 앱을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야 하며, 계좌를 만들기 위한 인증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내게 보여 주는 많은 글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단어와 문장도 너무 많다.

그래서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모두 동의' 하나로 끝내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낸 돈은 정말 잘 전달된 것인가를 의심해서 계좌잔액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고, 앱이 왜 자주 업데이트되어야 하는지 모른 채 그냥 따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경험이 유쾌하고 즐겁던 때가 있었는가, 긍정적 경험으로 남아 있던 적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경험은 몰입을 통해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해볼까'라는 마음이 든다면 분명 그 경험 안에 긍정적 '가치'를 느낀 것이다. 삶의 모든 것이 경험으로 지나가지만 다시 생각나게 하거나 다시 사용해 봤으면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사용자경험 디자이너의 숙제인 것이다. 캐머런 감독은 내게 가치 있는 경험을 선물했고, 한 번 더 영화를 보게 한다.

미래는 지금보다 더 섬세하며, 광의적이고, 다양한 경험의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다음 칼럼부터는 전반적인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의 경험이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와 의미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김인숙 팀플레이어 대표 ux.teamplyer@gmail.com

〈필자〉

김인숙 팀플레이어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과 금융분야 중심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홍익대 영상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신사업의 UX콘셉트 도출 업무를 많이 경험했고 최근에는 스타트업 UX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진흥원 창업 지원사업 평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카드 디지털 본부 UX부서에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과 사용자 Experience Journy중심에서 다양한 UX실무를 했고 최근에는 팀플레이어를 UX컨설팅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