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시된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가스보일러 등 주요 가전의 친환경 제품이 전년에 비해 2~4배 이상 늘었다. 친환경 제품 비중도 사실상 사상 최대치에 달하는 등 가전 시장 녹색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5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컨, 세탁기, 가스보일러, 건조기 등 주요 가전 품목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수가 전년 대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전기냉방기(에어컨)는 총 154개로, 2021년(116개)과 비교해 32.7% 증가했다. 효율등급을 받은 전체 제품 중에서 1등급 비중 역시 2021년 20.8%에서 지난해 26.1%로 증가했다. 전반적인 친환경 냉매 등 연구개발(R&D) 노력과 2021년 10월 완화된 에어컨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기준이 영향을 미쳤다.
드럼 세탁기는 주요 가전 중에서도 1등급 비중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지난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드럼 세탁기는 총 275개 제품으로, 전년(56개)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제품 중 1등급 비중은 2021년 45.5%에서 지난해 98.2%까지 뛰면서 사실상 출시된 대부분 제품이 1등급인 것으로 집계됐다. 드럼 세탁기 역시 전반적인 친환경 트렌드 속에서 1등급 기준 변경에 따른 기존 제품 재인증으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가스보일러도 친환경 전환이 활발하다. 지난해 에너지효율 등급을 받은 전체 제품 중 1등급 제품은 86%인 247개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1등급 제품은 103개에 불과했지만 1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 대기관리권역법 시행으로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보급이 확산하면서 1등급 제품이 크게 증가했다. 현재 콘덴싱 보일러는 모두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다.
이밖에 전기냉난방기(40개, 29%↑), 상업용 전기냉장고 (62개, 40.9%↑), 전기세탁기(21개, 133%↑) 등도 전년 대비 1등급 제품이 늘면서 가전 시장 전반의 녹색 바람을 이어갔다.
올해 역시 에너지 고효율 가전은 지속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탄소중립 등 친환경 노력에 집중되면서 관련 R&D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가치관도 제품 본연의 기능을 넘어 제조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까지 살피는 추세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는 수년간 냉매나 모터 등 주요 부품 고도화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왔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SW)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주요 가전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구현했다.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을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소비 가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본연 성능 외에 에너지 효율 등 새로운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면서 “고객 만족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가전은 지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